'물가 급등'에 최고가격 또 동결…정유사 손실 보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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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8일부터 2주간 적용되는 5차 최고가격 동결 결정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상승 1.2% 억제
10주 가까이 시행하면서 재정 부담 상당해
누적 인상 억제분 휘발유 200원, 경유 400원
손실 규모 계산도 '난항'…정부-정유사 입장 달라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자 정부가 5차 석유 제품 최고가격을 또 동결했다. 이로 인해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하는 도매가의 최고가격은 두 달째 유지된다.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장기간 동결로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정유사에 보전해 줘야 할 손실 규모가 막대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손실 규모를 계산할 기준도 모호해 향후 보전 절차에 난항이 예상된다.

누적 인상분 상당하지만 물가 상승 고려해 동결


산업통상부는 8일 0시부로 5차 최고가격을 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동결한다고 고시했다. 이는 향후 2주 동안 유지된다. 최고가격은 지난 2차 이후 세 번째 동결되고 있다.

우선 최고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일시적으로 하락세다. 미국-이란의 휴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데다, 불확실성이 여전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점에 주목했다. 산업부 문신학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유가의 불안정성은 아직 잠재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그동안 네 차례의 최고가격제 시행에 기존 국제유가 인상분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해, 향후 누적 인상 요인도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4월 초 경유는 3배, 휘발유는 2배 뛰었는데 최근에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은 내려가고 국제유가는 횡보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났다"며 "국제 변동률이 이제는 크게 의미가 없고 누적 인상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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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인하 등 여러 요인이 혼재한 가운데 정부가 주목한 것은 물가 압력이다. 국가데이터처가 5일 발표한 '2026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로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여기에는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1.9% 급등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없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에 달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경유와 등유의 경우 취약 계층이 많이 사용하는 만큼, 최고가격제가 민생을 보호하는 방파제 역할도 하고 있다. 자칫 유가가 급등할 경우 물류비 등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 운전자·택배기사·농어업인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차관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최고가격제 취지에 맞게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이번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소비 감소 촉진을 위해 휘발유 최고가격은 인상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휘발유의 경우 경유·등유와 비교할 때 취약계층 보호 취지는 덜하기 때문이다. 문 차관은 "정부 내에서 (소비 감소를 위해 휘발유 가격 인상을) 이야기한 목소리가 있었다"면서도 "경유와 등유는 민생 안정과 크게 연관돼 있고 휘발유는 물가 부분과 연관돼 있다. 물가에서 석유제품, 그 중에서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 10주 시행하면서 재정 부담↑…손실 계산도 어려워


그러나 최고가격제 시행이 10주 가까이 이어지면서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국제유가와 국내 최고가격의 차이만큼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 주는 구조인 만큼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민생 부담을 덜기 위해 그동안 국제 유가 급등세의 일부만 반영하거나 최고가격을 동결하면서 이같은 부담은 누적됐다. 정부는 그동안 반영되지 못한 누적 인상 억제분이 휘발유 약 200원, 경유 약 400원, 등유 약 600원 정도라고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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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최고가격제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많게는 3조에 달할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4조 2천억 원 규모의 목적예비비를 편성했는데,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보전액이 조만간 정부 예산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 차관은 "정부는 정당한 손실에 대해서는 100% 보전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재원 조달은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최고가격의 오름폭이 적거나 장기간 동결하면서 기름 소비가 크게 줄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최고가격으로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 시장의 수요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하고 공영주차장에는 5부제를 적용하는 등 대책을 펴고 있지만 정책 방향이 엇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문 차관은 "작년 기름 소비와 비교하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소비 물량 줄었다"며 "당연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기름 소비가 더 줄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향후 손실 보전 과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확한 손실 규모 계산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유사의 이견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는 각 유종별 원가를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유를 끓는점에 따라 분리한 뒤 휘발유·경유·등유를 생산하는데, 제품이 정제 과정에서 연속적으로 '연산품'이다보니 특정 제품의 원가 계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원가를 기준으로 손실을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차관은 "최고가격제 발표할 때 정확한 원칙을 밝혔다"며 "손실액은 원가를 기준으로 해서 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달 중 법률·회계·석유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산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보전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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