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쿠팡 총수' 만들기,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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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동일인, 그때그때 달랐던 공정위 입장
사실과 법리 근거로 명확한 글로벌 기준 세워야

쿠팡 본사와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연합뉴스쿠팡 본사와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이 드디어 '쿠팡 총수'가 된 것이다. 미국 상장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것은 김 의장이 처음이다.
 
지난 2021년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쿠팡의 동일인은 쿠팡 법인이었다. 자연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졌고 현장 조사와 청문회 등이 이어졌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가 부사장급으로 사실상 경영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돼 예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쿠팡은 즉각 반발했다. 쿠팡은 "쿠팡Inc 소속인 김 의장의 동생은 쿠팡에 파견 근무 중으로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며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모회사인 쿠팡 Inc가 뉴욕증시 상장사로서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는 만큼 한미 양국의 '이중규제'가 된다"라고도 주장했다. 쿠팡은 이의신청이 거부되면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쿠팡 총수'라는 타이틀에 쿠팡이 이렇듯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김 의장에게 돌아갈 책임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은 1986년 대기업집단 규제를 시행하면서 동일인 개념을 도입했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존재로, 친족(혈족 4촌·인척 3촌)의 회사들은 자동으로 계열사로 묶여 각종 규제와 법적 처벌 등을 감당해야 한다. 기업집단의 세금, 상속 및 증여 등과 관련한 수십여 개 법률과 관련해서도 중심에 선다. 
 
재벌 총수의 법적 명칭인 동일인 제도는 큰 문제 없이 돌아갔다. 그런데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외국 국적의 승계자들은 물론, 해외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집단들이 나타난 것이다. 공정위의 고민이 시작됐다.
 
쿠팡의 반박은 사실 그동안 공정위가 견지해 왔던 입장이다.
 
2021년 공정위는 김범석 창업자가 쿠팡의 실질 지배자임은 "명백하다"면서도 동일인 지정은 다른 문제로 판단했다. 아마존코리아와 페이스북의 자산이 5조원을 넘는다면 제프 베이조스와 마크 저커버그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겠나라는 비유까지 들었다. 그러면서 계열사 범위에 변동이 없다는 점을 들어 기존 외국계 기업집단과 같이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다.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공정위 역시 입장은 같았다. OCI홀딩스의 동일인으로 미국 국적인 이우현 회장이 지정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는데, 공정위는 OCI는 친족이 국내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서라고 일축했다. 이듬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적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예외 요건을 확정했다. 그러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것이다.
 
종전과 달라진 점은 동생의 경영 참여 부분이다. 다른 요건은 그대로이다. 쿠팡은 "경영 참여는 없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다. 한미 FTA의 최혜국대우 조항과 지난해 관세 협상의 미국 기업 차별 금지 조항 등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미국 의회까지 나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자칫 미국의 무역법 301조를 통한 보복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에 맞설 방안은 구체적 사실과 명확한 법리일 것이다. 미국의 공세를 정확하고 확실한 근거를 들어 논파하고 수긍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정위는 충분한 자료와 냉철한 대응 논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번 쿠팡 사태를 글로벌 경제 질서 수립의 새로운 기점으로 삼을 수 있을까? 쿠팡 총수를 만든 이후가 더 험난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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