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공정수당', 제2의 '인국공 사태' 피할 묘수 될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 0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정부, 공공부문 1년 미만 비정규직에 고용 불안 보상 '공정수당' 내년 도입
'인국공 사태' 피하려는 우회로 해석…노동계 "정규직 전환 포기냐" 비판
정부 "사전심사제 강화로 남용 차단"…전문가 "참신하지만 효과는 미지수"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정부가 공공부문 1년 미만 단기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공정수당'을 도입한다. 비정규직의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 대신, 고용 불안정성을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 불러왔던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의 공정성 논란을 피해 가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정규직 전환 대신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 결국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고용을 지속하기 위한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불안정 고용, 금전으로 보상…1년 미만 기간제에 '공정수당'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국무회의에 보고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의 핵심은 내년부터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계약 만료 시 일시금 형태의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규직은 안정성이라는 보상을 받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보수를 (정규직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 상식"이라고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밝힌 국정 철학이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인 2021년 경기도에 공정수당을 도입하기도 했다.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약 14만 6천 명에 달하며, 이 중 50%인 7만 3천여 명이 1년 미만 단기 계약자다. 이들의 월평균 임금은 280만 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다. 특히 퇴직금 지급 의무(1년 이상 근무)를 피하기 위한 '11개월 쪼개기 계약' 관행이 팽배한 상황이다.

정부는 2026년 최저임금의 118% 수준인 254만5천 원을 기준금액으로 삼고,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높은 보상률(8.5~10%)을 적용해 퇴직 시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1~2개월 근무자는 기준액의 10%인 38만2천 원을, 11~12개월 근무자는 8.5%인 248만8천 원을 받는다. 단기 고용에 따른 페널티 성격의 인건비를 기관에 부과해 자연스럽게 장기 계약이나 정규직 채용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노동계, 환영하면서도…"정규직화는 포기했나" 의구심

인국공 사태 당시 시위 현장. 연합뉴스인국공 사태 당시 시위 현장. 연합뉴스
노동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꼼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과거 '인국공 사태' 당시 취업 준비생과 기존 정규직들의 반발로 치러야 했던 사회적 비용을 의식해,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인 '고용 안정(정규직 전환)'은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대책에 대해 상시·지속 업무에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방향성은 환영하면서도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인 정규직 전환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실태조사 결과 9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기간제 노동자가 33.4%에 달하는데, 현행 기준상 9개월 이상 업무는 상시·지속 업무로서 애초에 공무직으로 전환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이번 대책이 공공기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자리를 수당을 얹은 단기직으로 계속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냐"며 "비정규직 남용 방지 대책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12개월 계약자에게 지급되는 8.5%의 수당은 사실상 그동안 회피해 온 퇴직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노동계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규직 전환 포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용노동부는 무분별한 비정규직 채용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대폭 내실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내부 위원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져 승인율이 94.6%에 달하는 등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향후 심사위원회 구성 시 외부 위원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해 채용 사유를 엄격히 따지고, 사전심사제 운영 현황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해 객관성과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기존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규직 전환 작업도 중단 없이 추진한다. 지난 2017년 발표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아직 전환 결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52개 기관에 대해서는 신속한 전환이 이뤄지도록 정부 차원의 지도를 병행할 예정이다.

상시·지속 업무임에도 단기계약을 반복하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기관이 적극적으로 정규직 전환 노력을 하도록 해 고용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민간으로의 확장…"방향은 맞지만, 법제화는 신중"


공정수당의 최종 과제는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의 38.2%인 856만8천 명에 달하는 민간부문 비정규직으로의 확장이다. 공공부문(14만6천 명)의 약 58배에 달하는 규모다. 강제력이 없는 정부 지침만으로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정부 역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정과제상) 공공으로 한정돼 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민간에서는 부담이 큰 영역인 만큼 시기를 조정하며 논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정책의 확산 가능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명예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드문 정책적 시도"라며 "정책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공공부문에서 선제적으로 시행한 뒤, 고용 안정과 취약계층 보호 효과 등을 면밀히 확인하며 단계적으로 법제화를 검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