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수수 등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건희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주가조작 공모가 인정된 데 이어, 일부 무죄였던 알선수재 혐의도 전부 유죄로 뒤집힌 결과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5-2부(신종오 부장판사)는 28일 김씨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김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 원을 선고했다. 또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1개를 몰수하고 2094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씨를 공동정범으로 봤다. 1심이 김씨를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하지 않은 '외부자'로 판단한 것과 달리, 항소심은 계좌와 자금 제공, 통정매매 참여 등을 근거로 주포 세력들과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이 김모씨, 민모씨(공범)가 지정한 호가에 따라 18만 주를 매도한 행위에 대해 정해진 시점과 가격에 매도한 것은 통정매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2011년 1월 13일 정산 이후 거래에 대해서는 공모관계가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기간에 대해서는 김씨의 시세조종 고의성을 부정했다.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항소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알선수재 혐의도 판단이 달라졌다. 1심은 2022년 4월 샤넬 가방 수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청탁 또는 알선의 명목은 명시적일 필요 없고 묵시적으로 존재해도 인정될 수 있다"며 "피고인은 통일교 측 사업과 관련한 청탁을 인식한 채 금품을 교부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시가 800만 원이 넘는 가방은 사회통념상 의례적인 선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22년 4월과 7월 샤넬 가방, 같은 해 7월 그라프 목걸이 수수 등 세 차례 금품 수수를 하나의 범행으로 묶어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여론조사 의혹은 1심과 같이 무죄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의뢰나 협의 없이 정치적 목적의 영업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경우 비용 상당을 기부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피고인 측이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협의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거나 해석을 문의한 사정만으로 협의에 따라 실시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와 책임을 강조하며 김씨를 질타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의 대표이자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행정업무를 총괄 수행하는 지위에 있고, 대통령 배우자는 이와 같이 광범위한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조언하는 사람으로서 그 영향력이 클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대통령과 함께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이어 "이러한 대통령 배우자에게는 대통령 못지않은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대통령 배우자로서 알선수재 행위를 했고, 투명성과 국민 신뢰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국민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이 수수한 금품 가액이 상당하고, 비록 금품이 반환된 사정이 있으나 일부는 교환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주도하거나 계획·지휘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미필적 인식 하에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점", "해당 기간 주가 변동을 모두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려운 점", "공범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또 알선수재 부분과 관련해 "금품 수수를 피고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대통령에게 청탁을 전달해 실현하려 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는 점", "자신의 행동을 일부 자책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 피고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 가족관계, 범행 동기와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알선수재 일부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 나머지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