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른이 된 아이들' 세월호 12주기…현직 대통령도 첫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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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첫 대통령 참석…시민들 "정부 바뀐 것 느껴"
이재명 대통령 "무거운 책임 통감…안전 국가 약속"
투병 중인 60대 "검사 마치고 곧장 와, 잊은 적 없어"
97년생 사진작가 "친구들 생각에 매년 이 자리"
매년 '노란리본' 나누기도…"힘없는 시민이 모여 태풍을"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시민들이 입장하는 모습. 김수진 기자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시민들이 입장하는 모습. 김수진 기자"이번엔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온다는 것 자체로."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 봄 날씨를 맞아 나들이를 나온 초등학생들은 해맑게 웃었다. 벚꽃길을 따라선 시민들이 사진을 찍었고, 햇빛을 쐬러 나온 일행도 있었다.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12년전 그 날의 아픔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도 분주히 걸음을 옮겼다. 올해도 4월 16일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검사 마치고 곧장 와"…암 투병 중에도 이어진 추모 행렬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 4·16재단 제공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 4·16재단 제공
이날 안산 화랑유원지에선 세월호 12주기 기억식이 진행됐다. 기억식을 30여분 앞두고 행사장 입구 근처에서 한 여성이 발걸음을 멈췄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거주하는 신미숙(61)씨는 이날 아침 암 검진을 받고 곧장 이곳으로 왔다. 그는 투병 5년차다. 하지만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4월 16일에 안산을 찾는다.

2014년 당시 논술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던 그는 오전마다 뉴스를 보며 울다 오후 수업을 하러 가던 날들을 기억했다. 신씨는 "아이들이 벌써 서른이 됐대요. 서른이면 결혼도 할 수 있고, 연애도 할 수 있고, 공부도 더 할 수 있는 친구들인데"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신씨는 이번 정부에 대한 기대를 조심스레 내비쳤다. 신씨는 "이번 정부에서 세월호랑 이태원 참사, 정말 다 해결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부모 입장에서 역지사지로 생각했을 때 그런 게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2년 지났지만…친구 찾아, 추모공연 위해 각자 발걸음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시민들에게 노란 나비를 붙여주는 안양 노란 리본 공작소 회원. 김수진 기자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시민들에게 노란 나비를 붙여주는 안양 노란 리본 공작소 회원. 김수진 기자
어린시절부터 안산 단원구에 살아온 이주성(29)씨는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김포에 살면서도 기억식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매년 이 자리를 찾는다. 1997년생인 그는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과 나이가 같았다. 참사를 겪은 단원고 학생들 중에는 이씨의 중학교 친구들도 있었다.

이씨는 "그때의 기억이 제가 하는 일에도 영향을 많이 줘서 계속 기억하게 된다"며 "누군가 다치거나 죽지 않는 사회, 그 이야기를 다 같이 할 수 있고 실제로 변화가 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극단 신세계의 이강호(34) 단장은 단원 22명과 함께 매년 안산과 이태원 등을 찾아 사회적 참사로 별이 된 이들을 애도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5월 세월호를 주제로 한 공연 '망각댄스 416편'을 무대에 올린다. 부제는 '애도를 하려고 했는데 애도를 할 수가 없어서'로 정했다.

이씨는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라며 "참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걸 모두가 계속 기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정부에 "참사가 없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이, 이번 기억식을 계기로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행사가 시작되는 순간까지 입구 한편에서는 이영주(67)씨가 방문객들에게 노란 리본을 건네고 있었다. 손으로 직접 만든 노란 나비모양의 리본은 2014년부터 계속 나눠주던 것이다. 이씨는 안양에서 '노란 리본 공작소'를 운영한다. 4명이 모여 매주 리본을 만들고, 행사마다 마음을 나누고 있다.

이씨는 "힘없는 시민들이 모이면 그게 하나의 힘이 될 수 있다"며 "나비 날갯짓 하나가 태풍을 몰고 온다"고 강조했다.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첫 현직 대통령의 약속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4·16재단 제공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4·16재단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기억식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검은 정장 차림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단상에 올랐다. 김혜경 여사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하는지 모두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날의 과오와 무거운 교훈을 한시도 잊지 않으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는 말로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304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된 기억식은 영상 상영과 4·16합창단의 추모 공연, 단원고 재학생의 편지 낭독 등을 진행한 뒤 추모 사이렌 묵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이날 오전 12년 전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동거차도 인근 해역에서도 유가족 65여 명이 참여한 선상추모식이 열렸다.

유가족들은 희생된 단원고 학생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할 때마다 오열했고, 국화꽃을 참사 해역으로 던지며 12년 전 그날을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헸다. 4·16재단 제공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헸다. 4·16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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