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관세 불확실성"…위법 판결에도 꼿꼿한 트럼프에 산업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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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 판결로 트럼프 '상호관세' 무효 됐지만
다른 법 근거로 관세 정책 지속 예고
무효 타격 상쇄 위해 다양한 수단 동원 가능성
다시 美관세 불확실성 그늘 아래 놓인 韓 산업계

미국 상호관세 위법 판결, 대미 수출 영향은. 연합뉴스미국 상호관세 위법 판결, 대미 수출 영향은. 연합뉴스
지난해 내내 미국이 무기처럼 휘둘러왔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내려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체 관세'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내 산업계가 다시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의 그늘 밑에 놓인 모양새다.
 
특히 정책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위법 판결과 무관한 법을 끌어와 품목 관세 등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 업계의 우려가 크다.

美 관세 위법 판결…韓 산업계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주요 교역국에 부과해 온 상호관세에 대해 미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시간) 위법 판결을 내리며 무효화하자 곧장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전세계에 '글로벌 관세'를 10%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튿날에는 해당 관세율을 15%로 올리겠다고 공표하며 반발을 이어갔다.
 
무효화 된 상호관세의 대체 카드격인 이 글로벌 관세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임시 조치로서, 모든 국가들이 대상이다. 이 법은 미국 대통령이 국제수지 적자 등을 해소하기 위해 별도 조사 없이 발효해 최대 150일 동안 지속할 수 있다. 해당 관세는 미 동부시간 기준 24일 0시 1분부터 효력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극적으로 관세 협상 타결을 이룬 한국으로서는 미국에서 전개된 일련의 상황들로 인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기존 15%의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글로벌 관세가 이를 대체하며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15%,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 50% 등 기존 품목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조치라 이번 IEEPA 관련 판결로 인한 당장의 변동은 없다.

트럼프, '대안 관세' 지속 예고…"기존과 동일한 관세 수준 유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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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글로벌 관세 임시 조치 기간이 이번 판결의 정책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은 산업계의 악재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기간을 '징검다리' 삼아 품목 관세 등을 확대함으로써 상호관세 무효 효과를 상쇄시키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임시 조치의 근거인) 무역법 122조는 영구적 조치라기보다는 일종의 가교 역할"이라며 "그 기간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관세 조사가 완료되고, 5개월 후에는 122조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기존과 동일한 관세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선트 장관이 상호관세 무효에 따른 대안으로 언급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로 그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한국산 자동차, 철강 등에 대한 품목 관세도 이 법을 근거로 적용되고 있다.

"불확실성 걷힌 줄 알았는데" 자동차·반도체 등 韓 주력 업계 '불안' 지속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는 물론, 반도체도 미국의 대안 관세 준비 국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한미 관세 합의를 거쳐 기존 25%에서 15%로 관세율이 겨우 인하된 자동차 업계에선 "그나마 불확실성이 한층 걷힌 줄 알았는데, 여전히 끝난 게 아닌 것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이렇게 되면 또 수출 전략이나 가격 정책 등을 세우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품목 관세가 더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 등을 이유로 자동차 품목 관세를 25%로 원상복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던 점도 해당 업계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에는 아직 품목 관세가 적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최근 메모리 반도체를 콕 집어 '100% 관세'를 언급했던 터라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무역협회도 "백악관은 주요국과의 협상에 따라 근시일 내에 반도체 및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 조치 확대, 강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며 "기존 232조 조치는 대통령 포고문과 부속서 조정 만으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관세율 인상 등 조정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또 다른 법인 무역법 301조와 관련해선 벌써부터 이에 근거한 가시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 브라질에 대해서는 이미 301조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법은 외국의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응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로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의 토대가 됐다. 무역협회는 "(미국은) 301조 조사가 대부분의 주요 교역국을 포괄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도 잠재적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통상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 대상이었던 상호관세는 무효가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3500억달러 투자 법안인 대미투자특별법을 예정대로 처리해 미국의 돌발 행동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요구를 받는 입장이었는데,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함으로써 요구하는 입장이 돼야 한다"며 "향후 관세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이 특별법을 근거로 한국은 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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