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사키 에이코(오른쪽 두번째) 씨가 북송 피해자 단체 '모두 모이자'과 회원과 지원 변호사들과 함께 일본 법원 앞에서 요구사항을 담은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지상낙원'이라는 선전에 속아 북송사업에 참여했다가 탈북한 재일교포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도쿄지방재판소는 탈북한 재일교포와 유족 등 4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한 정부가 원고 측에 8800만엔(약 8억2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26일 판결했다.
일본 법원이 북한 정부에게 배상 명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북한에 의한 계속적인 불법 행위가 성립한다"며 "인생 대부분을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북한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재일교포와 일본인 아내 등을 대상으로 귀환 사업이라는 이름의 북송사업을 실시했다. 당시 '지상낙원'을 표방한 북송사업에 참여한 이들만 9만명이 넘었다.
이번에 소송을 낸 원고들도 '지상낙원'이라는 허위 선전에 속아 북한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고, 가혹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2000년대 초 북한을 탈출해 돌아왔다.
이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건 2018년이다. 1심은 "북한에서 이뤄진 행위에 대해 일본 법원은 관할권이 없다"며 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을 달랐다. 지난 2023년 10월 도쿄고등재판소는 이들을 북한으로 데려간 뒤 출국을 허용하지 않은 건 '계속된 불법 행위'라고 봤다. 이에 따라 원심은 파기됐고, 이날 원고 승소로 이어졌다.
이번 판결에 지지통신은 "외국 정부가 행한 사업의 불법 행위를 인정해 배상을 명령한 판결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실제 배상금을 회수할 지는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