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증 중고차로 둔갑한 '결함 포르쉐'…70년대 법에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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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1-1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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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수리와 리콜 경계 모호
안전 관련 부품도 상당수는 무상수리 조치
국토부, 무상수리→리콜 전환 사례 0건
무상수리는 소비자 고지 의무 없어
제조사는 무상수리 우선할 수밖에
"70년대 법제도 계속 적용…기준 바뀌어야"

시속 100km로 주행 중 갑자기 정지한 김씨의 타이칸 차량. 독자 제공시속 100km로 주행 중 갑자기 정지한 김씨의 타이칸 차량. 독자 제공
최근 포르쉐코리아가 잦은 결함으로 한 차례 환불됐던 차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인증 중고차'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가운데, 이 같은 황당한 일이 재발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제조사가 인증한 중고차라고 해도 무상수리와 환불 이력은 법적 고지 대상이 아닌 탓에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정보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관련 기준들이 손질돼야 한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단독]터널 한복판서 멈춘 포르쉐 타이칸…'인증 중고차'로 되팔았다)

수리이력은 개인 정보…인증 중고차도 결국 못믿어

인증 중고차는 제조사가 직접 차량의 품질을 정밀 진단하고 성능을 보증한 차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증 중고차는 믿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커서 일반 매물보다 평균 10% 안팎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소비자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인증'됐다는 이유 만으로 구매를 결정했다가는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환불해주고 회수한 차거나, 무상수리를 해준 차라면 그 이력은 중고차 소비자에게 고지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환불 정보는 법에 따라 강제적 환불이 이뤄졌을 경우에만 정보 고지 의무가 있다. 현행법은 제조사 잘못으로 인한 수리 이력도 '리콜'이 이뤄진 경우에 대해서만 고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무상수리는 소모품이나 편의 장치 등 '경미한 하자'에 적용되는 수리로서, 소비자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보험 이력에도 그 기록은 남지 않는다. 제조사별로 정책이 다르기는 하지만, 잦은 무상수리로 제조사가 스스로 환불해 준 차량일 경우 소비자는 그 정보를 접하지 못한 채 '무사고 차'로 여겨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포르쉐코리아의 '환불차' 판매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포르쉐코리아 중고차 인증 센터에서 전기 세단 타이칸4S를 거액을 주고 산 소비자 김모(35)씨는 수차례 도로에서 차량이 멈추는 아찔한 경험을 하고 나서야 센터로부터 해당 차량이 환불 됐던 차량임을 뒤늦게 통보 받았다. 당초 이 차는 멈춤 현상에 따른 무상수리 끝에 제조사가 스스로 환불한 뒤 회수했던 차였고, 이를 인증 중고차라며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중고차 구매 시 환불 이력은 물론, 무상수리 이력도 고지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포르쉐코리아 측은 무상수리 이력 만큼은 제공했다고 맞서며 분쟁이 진행 중이다. 김씨가 구매 때 받은 중고차 사고이력정보 보고서에는 환불, 무상수리 이력 모두 확인되지 않는다.
 

21세기에 만들어진 전기차…관련 법은 아직도 7080

포르쉐 홈페이지 캡처포르쉐 홈페이지 캡처
이런 논란 속에서 주행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도 법적 부담이 덜 한 무상수리가 남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도 제기된다.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포르쉐코리아 무상수리·리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무상수리 조치 횟수는 221건, 리콜은 49건이었다.
 
모델별 무상수리 조치 횟수는 타이칸이 5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911 52건, 카이엔 42건, 파나메라 35건, 마칸 20건 순이었다. 리콜은 타이칸 13건, 파나메라 12건, 카이엔 8건, 911 7건, 718 4건, 마칸 4건이었다. 자료 상 같은 날, 같은 종류의 수리가 이뤄졌더라도 차종에 따라 각각 별도의 건으로 집계한 결과다.
 
특히 무상수리 내역 가운데 상당수는 주행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시스템 관련 수리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열관리 모듈(TME)이나 차체 자세 제어 시스템(PSM) 등은 고장 시 주행 중 동력 상실이나 차량 제어 불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치들이지만, 상당수는 무상수리 조치만 이뤄졌다. 다만 국토부가 무상수리 조치 중 중대 결함으로 판단해 리콜로 전환 사례는 0건이다.
 
타이칸과 같은 전기차는 '경미한 하자'와 '치명적 결함'을 구분하기가 모호하기에 제조사가 무상수리와 리콜 사이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기차의 경우 편의 기능과 주행 안전 기능이 하나의 전기·전자 시스템으로 통합돼 있기에 특정 부품 이상이 곧바로 출력 제한이나 주행 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에어컨이 켜지지 않는 경미한 하자라도, 전기차 시스템은 배터리와 구동 모터의 열 관리를 담당하는 부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출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병일 자동차 정비 전문가는 "1970~80년대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를 지금까지 계속 적용하고 있다"며 "그때는 내연기관 차들만 있었지만 전기차는 모든 시스템이 일률적으로 전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무상수리·리콜을 나누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02년 정부가 공식적으로 선정한 자동차 정비 부문 명장이다.
 

 獨은 중대 결함 숨기면 계약 취소

소비자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 민법은 중고차 판매자가 구매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함이나 수리 이력을 숨겼을 경우 구매자가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비스 캠페인(무상수리)이라고 해도 주행 안전과 관련한 부품 수리 이력을 고지해야 하는 관행이 자리잡게 된 것도 이같은 법 제도 차이 때문이다.  
 
국민대 신성환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는 무상수리 고지 의무를 정해놓지 않아 판매자가 먼저 불리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중고차 매매 시 무상수리였다고 해도 특정 부품을 교체했다고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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