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탈락이 드러낸 '국가대표 AI'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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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이례적 탈락 배경은 '독자성'…네이버, 프롬 스크래치 논란에 발목
정부, '독자 AI' 판단 기준 제시…"'가중치' 차용은 독자성 인정 안 돼"
프롬 스크래치 기준 공식화했지만 회색지대 여전…패자부활전 형평성 논란도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25(DAN25)'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25(DAN25)'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국가 주도의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 1차 심사 결과 네이버클라우드 등 2개팀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당초 유력한 최종 선발 후보로 여겨졌지만, 평가 과정에서 불거진 독자성, 즉 '프롬 스크래치(설계부터 데이터 학습까지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해 개발하는 방식)' 논란에 대한 정부 판단이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이번에 소버린 AI를 위한 '프롬 스크래치' 기준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지만, 보다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교차한다.

이례적 탈락 배경은 '독자성'…네이버, 프롬 스크래치 논란에 발목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당초 정예팀 5곳 가운데 1곳만 탈락할 예정이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례적으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등 2개 팀을 동시에 탈락시켰다. 특히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과 방대한 데이터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아온 네이버클라우드가 최종 단계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만큼, 결과 발표 이후 업계의 충격도 적지 않았다.

네이버의 경우 중국 기술을 차용해 모델을 개발했다는 논란이 평가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독파모는 해외 빅테크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방·의료·행정 등 민감하고 국민 생활과 직결된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단순히 성능이 뛰어난 모델이 아니라, 외부 통제나 라이선스 제약에서 자유로운 '소버린 AI'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앞서 과기부는 공모 안내서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해외 모델을 미세조정(파인튜닝)해 만든 파생형 모델이 아닌,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까지 수행한 국산 모델"로 정의한 바 있다. 다만 네이버클라우드 논란을 계기로, 이 같은 정의를 어디까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독자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씽크'를 내세웠지만, 모델 공개 이후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AI 모델 '큐웬(Qwen)'의 비전·오디오 인코더와 가중치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했다. 비전·오디오 인코더는 이미지와 음성 정보를 AI가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 형태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며, 멀티모달 모델의 성능과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구성 요소로 꼽힌다.

네이버는 해당 인코더를 미세조정해 사용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비전 인코더는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 역할에 불과하며 모델의 핵심 경쟁력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외부에서 이미 학습된 가중치를 가져와 썼는지 여부가 독자성 판단의 핵심이라며, 네이버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반박이 쏟아져 나왔다. 가중치는 AI가 정보를 판단할 때 반영하는 중요도 값으로,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는 어떤 경험을 쌓았느냐에 따라 사람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정부, '독자 AI' 판단 기준 제시…"'가중치' 차용은 독자성 인정 안 돼"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과기부는 전날 발표 과정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기준을 기술적·정책적·윤리적 측면에서 비교적 상세히 설명했다.

정부가 제시한 핵심 판단 기준은 모델 학습 과정에서 '가중치를 초기화한 뒤 자체적으로 학습했는지 여부'였다.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오픈소스 활용이 일반화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외부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한 학습은 독자성 확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AI 모델이 외부 라이선스나 특정 기업의 통제에서 자유로운지 여부도 주요 판단 요소로 제시됐다. 국방·외교·안보와 국가 인프라 분야에서 활용되는 AI 모델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필요 시 언제든 자체적으로 모델을 개발·고도화할 수 있고 운영과 이용을 주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역량이 전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오픈소스 활용 과정에서 레퍼런스 고지와 라이선스 준수 여부 등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됐다. 단순히 성능이나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외부 기술 의존으로 인한 잠재적 통제 가능성과 책임 소재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프롬 스크래치 기준 공식화했지만 회색지대 여전…패자부활전 형평성 논란도

업계에서는 정부가 소버린 AI를 위한 프롬 스크래치 기준을 공식적으로 설명한 점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평가 전에 기준이 보다 명확하게 제시됐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는 프롬 스크래치에 대한 기준이 사실상 공감대 수준으로 형성돼 있었지만, 국가 소버린 AI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가 이를 명확히 제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가중치 기준만으로 독자성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지, 여러 기능을 얼마나 자체 기술로 통합했는지 등 역시 독자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평가 과정에서도 유사한 해석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이른바 '패자부활전'을 두고, 탈락한 기업을 다시 심사 대상에 올리는 방식 자체가 평가 기준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차 평가를 통과한 기업과 이미 탈락한 기업 가운데 한 곳이 다시 경쟁하는 구조는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평가의 공정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기부는 이번 평가에서 이례적으로 2개 팀이 동시에 탈락하면서 패자부활전을 통해 한 팀을 추가로 선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클라우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패자부활전 출전 여부는 별도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도전 가능성이 거론됐던 카카오 역시 패자부활전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NC AI는 현재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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