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주 도항선 '안전관리 부실' 논란…해경 내부 감찰도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 0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출항 전 안전점검 미이행 의혹…해경 집중점검에도 파악 못해
비상훈련 부실 의혹도 이상없다 했지만 법령 해석은 반대
담당 해양경찰관 감찰 요청…"형식적 점검·법령 해석 직무유기"

제주 본섬과 한 부속섬을 오가는 48톤급 도항선 A호. A호 운항사 홈페이지 캡처제주 본섬과 한 부속섬을 오가는 48톤급 도항선 A호. A호 운항사 홈페이지 캡처
출항 전 안전점검 없이 선박을 몬 의혹을 받다 연이은 해양사고를 낸 제주 도항선 A호를 두고 해경의 부실한 안전관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고 직후 해경이 유도선 집중점검에 나섰지만 제기된 의혹을 파악하지 못했고, 비상훈련 부실 의혹에 대한 대응도 부적절하다는 민원이 제기돼 내부 감찰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후 한 달 뒤 점검했지만 의혹 파악 못 해

 
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해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대한민국 안전大전환 유도선 집중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최근 사고 이력이 있거나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유도선 15척과 선착장 7곳을 대상으로 △면허·자격 5개 항목 △구명설비 6개 항목 △선박설비 5개 항목 △안전운항 8개 항목 △유도선장 5개 항목을 점검했다.

A호(48톤·승선원 120명·선원 3명)도 4월 23일 현장 점검을 받았다. 이날 점검은 A호 1척과 선착장 1곳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제주 본섬과 한 부속섬을 오가는 48톤급 도항선 A호. A호 운항사 홈페이지 캡처제주 본섬과 한 부속섬을 오가는 48톤급 도항선 A호. A호 운항사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이 점검에서 해경이 A호의 출항 전 안전점검 미이행 의혹과 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연이은 해양사고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A호는 해경 점검 한 달 전인 지난해 3월 14일 출항 전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의혹을 받다 기관 냉각수 연결호스가 파열돼 승객 수십 명을 태운 채 바다 위에서 표류했다. 이어 같은 해 4월 6일에도 출항 전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 의혹 속에 선박 스크류에 부유물이 감기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와 관련한 의혹은 국민신문고에 신고돼 현재 제주해양수산관리단 특별사법경찰이 수사 중이다. A호는 이보다 앞선 2023년 7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25일까지 출항 전 안전점검 620회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도 수사를 받던 상태였다.
 
출항 전 안전점검은 세월호 참사 이후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선장의 법적 의무로 명확히 규정됐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제재가 강화됐다.
 
특히 당시 해경의 점검표에도 '안전운항' 항목 중 하나로 '유도선사업자 등의 안전운항 의무'가 포함됐고 '출항 전 안전점검·기상상태 확인'하라고 명시돼 있었다. 해당 항목은 파란색 선 강조 표시와 함께 '집중점검'이라고 써있기까지 하다. 운항 전 안전점검 이행 여부는 선주가 운항 전에 의무로 작성하는 점검목록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해경 점검 결과에는 출항 전 안전점검 이행 여부를 확인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해경은 A호에 대해 게시물 관리 미흡과 구명부표 선명 표시 미흡 등 두 가지 사항만 지적했다.
 
지난해 4월 실시된 해경의 유도선 집중안전점검 체크리스트. 해경 제공지난해 4월 실시된 해경의 유도선 집중안전점검 체크리스트. 해경 제공
이 때문에 당시 점검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A호 의혹을 공익신고한 B씨는 "출항 전 안전점검은 사고 예방의 가장 기본인데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같은 해 9월 진행된 추석 연휴 대비 유도선 점검에서도 이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구명설비 등 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한 항목을 우선 점검하다 보니 모든 사항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출항 전 안전점검 관련 교육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 지도·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비상훈련 이상없다? 법령 해석은 반대…해경 직무유기 감찰

 
A호의 비상훈련 부실 의혹에 대해 해경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담당 경찰관을 상대로 공식 감찰 요청까지 들어와 실제 감찰이 이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선원법이 강화되면서 여객선 선장은 비상훈련을 최소 10일에 한 차례 이상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A호는 2020년 이후 이 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는 민원이 2024년 10월 국민신문고에 접수됐다.
 
이에 대해 해경은 A호의 비상훈련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A호가 적용되는 법은 선원법이 아닌 유도선법이고 그에 따라 비상훈련을 매월 또는 6개월 주기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제주해양경찰서 전경. 고상현 기자제주해양경찰서 전경. 고상현 기자
하지만 해경 판단은 연달아 뒤집혔다. 행정안전부는 2025년 2월 A호가 선원법에 적용된다고 판단했고, 법제처도 같은해 6월 A호가 선원법과 유도선법 모두에 적용받는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았다. 즉 A호는 해경 판단과 반대로 선원법에 적용돼 비상훈련을 10일에 한 차례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25년 12월 담당 경찰관의 대응이 단순 법령 해석 오류를 넘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내용으로 해경청에 공식 감찰 요청이 들어와 실제 감찰이 이뤄지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감찰 진행 상황에 대해 "비공개 사항이라 자세한 답변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원법에 따른 비상훈련 점검 여부에 대해선 "선원법 주무부처가 해양수산부라 해경이 먼저 나서기 애매한 점이 있다"며 "현재 해수부와 역할 분담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