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가 발생한 지 8일째인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야광봉을 흔들고 있다. 박종민 기자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갑작스러운 12·3 비상계엄 여파로 우려 속에 2025년을 맞이했지만, 올해 다양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가 공개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먼저, 2021년 시즌1 공개 이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오징어 게임'은 올해를 닷새 앞둔 시점에 시즌2를 공개했고 지난 6월 시즌3까지 선보이며 4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시즌2와 시즌3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게임에 참가한 성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을 담았으나, 두 시즌을 나눠 공개한 배경을 두고 아쉬움 섞인 반응도 뒤따랐다.
그런데도 시즌2와 시즌3 모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며 한때 역대 비영어 TV쇼 부문 순위에서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1~3위를 나란히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제공이 가운데 K팝 그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케데헌'의 등장은 지난 6월 공개 이후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약 7년에 걸쳐 제작된 작품은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제치고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콘텐츠 1위에 올랐다. 수록곡 '골든(Golden)'은 미국과 영국 양대 팝 시장을 동시에 석권하며 화제를 모았고, 빌보드 '핫 100' 차트 67년 역사상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부른 노래 중 최장 기간 1위를 기록하는 새 역사를 썼다.
흥행에 힘입어 북미와 호주, 영국 등에서 특별 상영 이벤트인 '싱어롱'(Sing-Along, 따라부르기) 상영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스트리밍 업체들과의 갈등으로 넷플릭스 작품 상영을 꺼려왔던 영화관들이 이례적으로 문을 연 사례로 평가받는다.
작품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확대로도 이어졌다. 관객들은 "영원히 깨질 수 없는" 등의 한글 가사를 따라 부르거나 의미를 찾아보며 열광했고, 작품 속에 등장한 갓, 한복, 라면, 김밥, 호랑이, 저승사자 등 한국적 요소에도 주목했다. 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입장객 수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여기에 이른바 '애순이(아이유·문소리) 관식이(박보검·박해준) 정신'을 보여준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역시 국내는 물론 남미 지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을 계기로 해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제주 해녀박물관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 수가 지난해보다 58.9% 늘기도 했다.
이밖에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박은빈·설경구)', '나인퍼즐(손석구·김다미)', '조각도시(지창욱·도경수)', 티빙 시리즈 '친애하는 X(김유정·김영대·김도훈)', 넷플릭스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김우빈·수지)' 등도 국내외에서 관심을 받았다.
다큐·영화·예능도 OTT에서…"지상파 할 일 OTT가 하고 있어"
좌측부터 JMS 교주 정명석, 형제복지원에 끌려온 아이들, 지존파 살인 사건. 넷플릭스 제공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지난 2023년 JMS와 교주 정명석의 이면을 파헤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 '나는 생존자다'가 나오면서 눈길을 끌었다. 작품은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지존파 연쇄 살인 사건,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의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제작에 MBC도 참여했다.
영화 부문에서도 '계시록'(류준열·신현빈)을 시작으로 영화 '84제곱미터(강하늘·서현우)', 영화 '사마귀(임시완·박규영)', '굿뉴스(설경구·홍경·류승범), 영화 '대홍수(박해수·김다미)' 등이 차례대로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예능 콘텐츠도 다양했다. 우승 상금 10억 원을 두고 아시아 8개국 대표 48명이 경쟁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아시아', 그룹 BTS 멤버 정국과 지민의 여행기를 담은 디즈니+ 예능 '이게 맞아?!' 시즌2, 헤어진 연인과 새로운 인연이 함께하는 티빙 예능 '환승연애4' 등이 관심을 받았다.
쿠팡플레이 제공특히 K-뷰티를 대표하는 60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출연한 쿠팡플레이 예능 '저스트 메이크업'은 뷰티 경연을 넘어 회화·패션·문학·공연예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결합한 무대로 주목받았다. 지난 16일 3회까지 공개된 '흑백요리사: 요리계급 전쟁' 시즌2 역시 공개 초반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OTT 플랫폼이 없었으면 지금과 같은 K-콘텐츠의 약진과 평가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 내에 보이지 않은 압박과 검열이 있었음에도 영화, 시리즈,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선보였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다큐멘터리 제작은 본래 지상파가 해야 할 일인데 OTT 플랫폼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며 "지상파가 꺼려왔던 불편한 콘텐츠들을 OTT 플랫폼이 과감히 수용하면서 영향력을 키웠고 존재가치도 입증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에도 OTT플랫폼들의 적극적인 투자들이 예상되고 창작자와 크리에이터 쪽에 대한 시장을 선점하는 움직임도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