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풍향계로 여겨지는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이번에도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 경계론'이 숫자로 반박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 선도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호실적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마이크론, 또 깜짝 실적…"최고 매출 기록"
마이크론은 17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6.6% 증가한 136억 4300만 달러(약 20조 146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4.78달러다. 모두 월가 예상(매출 130억 달러, EPS 3.95 달러)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마이크론은 2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미래 전망도 낙관적으로 제시했는데, 매출 예상치는 183억~191억달러였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인 144억달러를 상회한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직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회사 전체 매출은 물론 D램과 낸드 매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데이터센터 매출까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년 전체 HBM 공급 관련 계약을 완료했다"며 'HBM 완판' 선언도 했다.
그는 "공급 부족과 더불어 지속적이고 강한 수요가 시장 상황을 타이트하게 만들고 있다"며 "2026년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AI의 광범위한 확산과 맞물린 공급자 우위의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 것이다. 마이크론은 직전 분기에도 매출 113억 2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3.03달러라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마이크론발 훈풍에 K반도체로 올까…4분기 역대급 호실적 전망
연합뉴스마이크론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선두자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점하고 있다. 이번 마이크론발 훈풍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에 각각 15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반영된 지난 3분기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이 12조 1661억 원, SK하이닉스는 11조 3834억 원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도약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두 기업이 AI칩의 핵심 부품으로 여겨지는 HBM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고부가제품 뿐 아니라 범용 D램의 가격마저 크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 호재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AI 칩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를 대량 납품할 준비를 마치고, 일부를 유상 공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 신제품 개발도 '속도'
두 기업이 메모리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기대를 끌어올리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LPDDR 기반 서버용 메모리 모듈인
소캠(SOCAMM)2를 개발해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소캠2가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예측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캠2는 AI칩에 데이터를 옮겨준다는 점에서 널리 알려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능이 비슷하다. HBM 대비 속도는 떨어지지만, 가격이 낮고 높은 전력 효율성을 갖춰 차세대 서버 메모리 설루션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18일 공식 홈페이지 테크 블로그를 통해 "최신 LPDDR5X 기반 소캠2는 LPDDR의 저전력 특성과 모듈형 구조의 확장성을 결합해 기존의 서버 메모리와는 차별화된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같은날 자사 10나노급 5세대(1b) 32Gb 기반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 제품인
256GB DDR5 RDIMM이 인텔 제온6 플랫폼 적용을 위한 인텔 데이터센터 인증 절차를 업계 최초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RDIMM(Registered Dual In-line Memory Module)은 메모리 컨트롤러와 D램 칩 사이에 주소, 명령 신호를 중계해주는 레지스터 또는 버퍼 칩을 추가한 서버·워크스테이션용 D램 모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서버용 CPU 시장을 선도하는 인텔의 최신 서버 플랫폼과의 호환성을 업계 최초로 검증 받으며 당사의 고용량 DDR5 모듈 기술력이 글로벌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