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박대준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창원 기자2025년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여당 원내대표가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여의도 5성급 호텔 식당의 개별 룸에서 오찬을 하고, 이 자리에서 70만 원가량의 식사 비용이 결제된 사실이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00% 공개 만남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해당 시간대 유일한 룸 이용 고객이었던데다, 통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고가의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3인 룸 예약…인당 약 23만 원 식사비
1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월 5일 당시 쿠팡 박대준 대표와 민병기 대외협력총괄 부사장은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5성급 호텔 고층에 위치한 A양식당의 개별 룸에서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오찬을 진행했다.
3인으로 예약된 해당 룸에서 점심 식사는 약 2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이날 결제된 총 금액은 세금 포함 약 70만 원으로 확인됐다. 인당 약 23만 원 수준이다. 예약은 쿠팡 측에서 했다.
이날
A양식당에서 룸을 이용한 손님은 오찬 시간대 기준으로 이들 일행이 유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식당에 마련된 룸은 모두 세 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한 개는 단체 손님용이다. 식당 내 좌석 대부분은 홀 좌석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식당은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거나 프라이빗(Private)한 미팅이 필요한 경우
수십만원 이상의 식사비를 지불한다는 전제로 개별 룸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일반 식사라면 홀 좌석을 선택하는 것이 통상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과 김 원내대표의 오찬은 처음에는 세 사람이 함께한 자리였지만, 중반 이후 민병기 부사장이 자리를 비운 뒤 박대준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단둘이 대화를 나눈 시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대응을 총괄하는 대관 책임자를 동행한 데다, 기업의 대표와 여당 원내대표의 단독 대화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식사 이상의 성격을 띤 만남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00% 공개" 해명과 엇갈린 정황
김병기 원내대표는 앞서 관련 보도(
[단독]쿠팡 박대준–與 김병기 원내대표, 국감 앞두고 비밀회동)가 나간 당일인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비공개가 아닌 100% 공개 만남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확인된 장소와 오찬 형식은 일반적인 공개 접견이나 공식 일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날
식사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결제했는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김 원내대표는 결제 주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지난 10일 김 의원에게 오찬 결제 주체를 묻는 문자메시지 등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응답이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결제 주체와 방식에 따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고 식사비가 법정 기준(1인당 5만원)을 넘을 경우, 비용을 제공한 쪽과 이를 받은 공직자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역시 기업 자금이 정치 활동과 연관된 접촉 과정에서 사용됐을 경우, 제공자뿐 아니라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수수한 정치인 역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국회 정기 국정감사를 코앞에 두고 국감을 총지휘하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주요 피감기관 대표와 통상 범위를 넘는 고급 식사를 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거세질 전망이다.
당시 쿠팡은 실소유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반복된 국감·청문회 불출석으로 인한 책임 회피를 비롯해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의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등 노동환경 논란까지 복합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기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직후이기도 하다.
한편,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오는 17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김범석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 모두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했다. 이에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들 세 명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동시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