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민 기자
박종민 기자경찰이 10·29 이태원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인력을 운용했다는 사실이 정부 합동감사로 공식 확인됐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응하느라 시민 안전을 챙기지 못했다는 취지의 CBS노컷뉴스 단독보도가 3년 만에 인정된 셈이다.
다만 경찰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입주를 앞둔 한남동 관저에 3개 중대를 배치했었다는 내용은 이번 감사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불과한 곳에 가용 경찰력이 머물러 있었다는 '대응의 적절성' 문제는 향후 과제로 남겨졌다.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
국무조정실과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지난 23일 합동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참사 당일 대통령실 인근 집회관리를 위해 경비인력을 집중배치한 반면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용산경찰서 경비수요가 대폭 증가했고 서울경찰청과 용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인력을 운용했다"고 규정하면서다.
이는 "참사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곳곳에 있던 경찰 인력을 유연하게 운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2022년 11월 5일 CBS의 '참사 당일 尹관저 지킨 경찰…지원 불가했나' 보도와 겹치는 대목이다.
CBS는 해당 기사에서 서울경찰청 소속 202경비단의 3개 중대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2개 중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1개 중대가 교대로 관저와 대통령실 외곽 경비를 맡았다는 얘기였다.
CBS는 특히 202경비단이 사고 현장으로 급파되지 않고 관저 인근에 머물렀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통령 경호가 주 임무지만 서울청이나 일선 경찰서장이 요청할 경우 위급 상황을 지원할 근거규정이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다.
| 2022년 11월 5일 '참사 당일 尹관저 지킨 경찰…지원 불가했나' 보도 | 
| 실제로 '서울청의 조직 및 사무분장 규칙'을 보면 202경비단은 서울경찰청장의 직할대로 특정 지역 경비 외에도 △일반 경비와 작전업무 △경비 관련 대외 협조가 포함돼있다. … 한 경찰 관계자는 "긴급한 경우엔 202경비단이 먼저 현장을 가고, 이후 기동대가 오면 임무 교대를 할 수 있었다"며 "근무자는 그렇다 하더라도 대기자를 빨리 보내거나 누군가 지시를 하면 되는데 (당일)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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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찰 지휘부와 정권 수뇌부는 대통령실 이전과 참사의 연관성에 대해 극구 부인했지만, 3년 뒤 진행된 합동 감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을 낸 셈이다.
이미 반박됐던 '집회 대응' 논리
감사 결과에는 참사 당일 집회 때문에 경찰력이 분산됐다는 설명이 담겼다. 참사 직전인 2022년 5월 1일부터 6개월 동안 집계된 용산서 관내 집회·시위가 921건으로, 34건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27배나 늘었다는 통계가 제시됐다.
그러나 그 설명은 이미 CBS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꼬집은 논리였다. CBS는 참사 당시 경찰의 '경력 운용 현황표'를 근거로 서울 시내 곳곳에 대기 중이던 기동대 경력이 최소 수백 명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했었다.
| 2022년 11월 9일 '부메랑으로 돌아온 참사 직후 이상민 장관의 해명 세 가지'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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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 당일 경찰의 '경력 운용 현황표'를 보면 당일 집회가 없던 서울 서초에는 주·야간으로 4개 기동대가 배치됐다. 서울청 소속 2개 기동대가 집회를 막기 위해 용산으로 이동하자, 경기남부청 소속 2개 기동대가 교대 근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참사 당일 아직 대통령 내외가 살지 않았던(지난 7일 입주)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도 경비 경력 수백 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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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CBS가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서울경찰청 경력일보에 따르면,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서초구 사저에 깔렸던 4개 기동대는 참사 이후인 2022년 11월 7일 관저 입주 이후 다른 곳으로 이동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의 한남동 새 관저 입주가 늦어지면서 경찰 병력이 한남동 관저와 서초동 사저에 이중 배치되는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당시 지적됐던 대목이다.
| 2022년 11월 29일 '尹 관저 입주뒤 서초 거점 해체…길어졌던 '경찰력 분산''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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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기 의원은 "청와대의 용산 이전으로 대통령실 앞에는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경찰 병력이 집중 배치됐고, 입주도 하지 않았던 대통령 관저는 물론 서초동 사저까지 지키고자 경찰이 이중으로 배치되면서 병력 낭비가 이뤄진 것"이라며 "시민의 안전은 도외시한 채 정권 눈치보기만 급급했던 경찰 윗선의 태도가 핼러윈 참사의 본질적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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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적절성'은 향후 과제로
 이태원 참사 3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인근에 경찰 질서유지선이 준비돼 있다. 류영주 기자
이태원 참사 3주기인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인근에 경찰 질서유지선이 준비돼 있다. 류영주 기자취재 결과, 이번 합동 감사에서는 202경비단 배치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본연의 업무가 관저 외곽 경비인 터라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는 연관성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보다 참사 직전 용산서장이 핼러윈데이 대책을 보고받으며 "경비는 왜 없냐"는 질문을 해놓고 이후 추가적인 지시나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대목을 문제 삼았다.
전년도인 2021년 핼러윈데이에 대비해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세웠던 반면 2022년도에는 관련 계획 수립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파 운집에 대한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합동감사TF 관계자)"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