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 왜곡죄, 권력의 사법부 장악에 악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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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법관평가 근무평정 반영안에도 부정적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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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추진하는 '법 왜곡죄'에 대해 29일 대법원이 "권력이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법 왜곡죄는 재판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범한 법관을 처벌대상으로 삼기에 사법부의 독립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되는 사안일 경우 법관의 소신 있는 재판에 대해 법 왜곡죄 혐의를 씌울 위험성이 있다"며 "연혁적으로도 법 왜곡죄는 신권과 왕권 등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판사·검사가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려고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령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등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는 법률을 발의했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의 구성요건인 '왜곡'의 정의가 불명확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냈다. 또 개정안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현행 형법상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등의 처벌조항으로 포섭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법관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이 있는 경우 제척·기피·회피제도나 재배당제도 등 시정절차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각한 법 왜곡 행위가 발생해 제재가 필요하게 되더라도 징계사유 실질화나 헌법상 법관 탄핵을 통해 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대법원은 "법관의 단순한 판단상 과오나 소수적 견해까지도 수사나 형사의 처벌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며 "새로운 시대상이나 당시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의 등장, 소수자에 대한 인권보호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법관 근무평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법관 평가'에 대해서도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민주당의 '법관 평가제 개선안'에 대해 "변호사들의 법관 평가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사개특위는 기존 법원장 또는 지원장이 하는 법관 평정에 변협의 법관 평가를 포함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근무 성적 평가와 자질 평정 중 후자에 변협이 취합한 각 지방변호사회의 법관 평가를 반영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은 "변호사에 의한 법관 평가는 일반 당사자를 대리해 재판 결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변호사의 의견으로서 성질상 객관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 강제주의를 택하지 않는 우리나라 법제에서 '변호사에 의한' 법관평가를 채택하게 되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나홀로 소송' 당사자 입장에선 판사가 변호사를 선임한 쪽에게 유리한 재판을 한다고 의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 변호사의 의견이 취합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변호사의 의견만 취합되는 점에서 신뢰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사법제도를 운용하는 데 사법 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과 변호사 등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와 방법에 의한 법관 평가가 이뤄진다면 외부의 건전한 비판을 수용할 필요성도 있다"면서도 "법관에 대한 평가는 재판의 독립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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