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민초결사대'는 12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부정선거 규탄' 행진 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태극기·성조기와 '천멸중공(간체자) 차이나 아웃(영어)'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송선교 기자경찰이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목전에 두고 '반중 정서'에 기반한 혐오 시위 강경 대응책을 수립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 문건에서 반중 시위가 "사회와 외교,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행법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집회 특성상 피해자 특정이 어려워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관련법 제정을 통해 명확한 제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8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혐오시위 현황 및 관리 강화 방안' 문건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극우 단체의 이른바 '혐중 시위'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찰청 내 △경비 △치안정보 △수사 △형사 등 부서가 관여한 해당 문건에는 "시진핑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이 성사될 경우 양국 교류와 통상 문제 해결에 도움", "주한 중국대사관이 혐오 시위에 대한 우려를 표명", "한중 관계 훼손 등 외교문제는 물론 국가이미지 실추 우려 잠재" 등 대목이 나온다. 오는 31일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적 파장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다.
최근 서울 명동 등 주요 도심에서 오성홍기를 훼손하거나 시진핑 주석의 얼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외교 문제 비화가 우려되나 제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명동 일대에서 열린 '혐중 시위' 모습. 연합뉴스경찰은 혐오 집회에 대응하기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도 구체화했다. △집회신고·사전 행정지도 △현장 대응 △사후 사법처리 등이다. 1단계는 집회신고 단계다. 신고 내용과 홍보 문구, 과거 전력 등을 종합해 위험성을 사전 평가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집시법상 처분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혐오표현 금지', '외국인 밀집지역 집회·행진 제한' 등 조처가 가능하다.
현장 대응 단계에서는 참가 인원, 행진 경로, 혐오 표현의 수위와 방식, 주최자의 질서 유지 노력 등을 종합해 경력 규모와 조치 수준을 비례 원칙에 따라 강화한다. 단순 혐오성 표현에는 대화 경찰과 방송 차량을 투입해 경고 방송을 집중 송출하고, 마찰이 생기거나 행진 경로 이탈을 시도하면 충분한 경력과 장비로 제지·차단한다.
사법 처리 단계에서는 집시법 위반이나 업무방해 등 불법행위를 채증해 수사 기능으로 통보하고, 필요 시 사법 처리까지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행 형법 제107조(외국원수 모욕)나 제109조(외국국기 모독)는 일반 시위 참여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혐오 표현의 개념과 판단 기준이 모호해 이를 구체화하는 연구용역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현장 대응의 여러 한계도 짚었다. "차이나 아웃" 등 혐오 표현으로 간주하기 모호한 표현이 많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나 인권 침해 논란도 경계했다.
이런 이유로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5조 제1항 제2호와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리포트(2019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위헌심판(2017년) 등을 검토해 일종의 '혐오 표현 자체 기준'을 마련했다. "집단적 폭행·협박을 유발할 수 있는 모욕과 명예훼손, 폭언" "특정 인종과 국적, 종교, 성별 등에 대한 혐오성 표현" 등 공공 안녕질서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행위는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혐오 표현이 수사로 이어지더라도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나 모욕죄를 구성해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내용도 해당 문건에 담겼다. "집회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피해자 특정이 어려워 수사 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실효성 있는 대응을 위해 명확한 혐오 표현 제재 근거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며 일본의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을 일례로 들었다. 2016년 일본 가와사키 지역에서 혐한 시위가 이어지자 주민이 법원에 '시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됐고, 이후 관련 법과 오사카시 조례가 만들어지고 합헌 결정까지 내려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