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에 매물칸이 비어있다. 류영주 기자'주거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미흡한 대응이 오히려 성난 민심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제기된다. 과거 대선 공약으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추진할 만큼 솔선수범해온 민주당이지만, 이번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자기방어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불난 민심에 기름 부은 '지역구外 보유' 논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택시장안정화TF 명단발표 및 '10·15'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당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은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21일 "공공이 주도해 주택 공급 속도를 내고 한 축으로는 민간이 진행하는 재건축∙재개발 절차 간소화를 통해 속도를 내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10∙15 대책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밝혀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다만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당 의원 61명이 10·15 대책으로 규제 대상이 된 지역 아파트를 보유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논란의 핵심은 자신의 지역구 외 부동산을 소유한 사례가 37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여당 공격에 나섰고, 이러한 비판을 정치적 공세로만 치부하기엔 민주당이 스스로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작구갑을 지역구로 둔 김 원내대표는 10∙15 대책 발표 직후 자신이 서울 송파구 장미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실거주했으니 갭투자와는 거리는 멀다"고 해명했다.
앞서 그는 10∙15 대책을 두둔하는 과정에서 "수억씩 빚내서 집 사는 것이 정상이냐"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주택이라는 것은 국민에게 예민한 감정선인데, 제 생각보다 감정선을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 사려 깊지 못했다는 생각은 한다"며 결국 사과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 사과 후에도 여당 내에서는 "대출 규제로 거래가 줄면 집값이 내려지니 집을 소유한 의원들이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자기방어에 급급한 목소리가 나온다.
李대통령, 과거 "부동산 백지신탁해야"…與 일각서도 비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지역구 외 부동산 보유 논란이 불거졌지만, 문제 소지가 있는 부동산을 정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현재까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이 과거보다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2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정책 공약집을 통해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을 약속했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재임 기간에 주식 따위의 재산을 대리인에게 맡기는 제도다. 주식 백지신탁제는 2005년부터 시행 중이지만, 부동산은 그렇지 않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부동산 백지신탁제 입법 시도가 있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은 해당 법안 발의 소식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라며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증식을 허용하면서 공정한 부동산 정책의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환영했다.
2020년 7월 신정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안'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 등 재산 공개 대상자와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등을 '부동산매각대상자'로 정하고, 이들의 실거주 부동산을 제외한 부동산을 신탁기관에 맡겨 180일 이내로 강제처분 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 의원은 당시 제안 이유로 "부동산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고려해 직무연관성과 무관하게 실소유가 아닌 부동산 소유를 엄격히 금지하고, 특히 국회의원은 해당 선거구 외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 그 명단과 소유 부동산 정보를 국회공보에 게재해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도 의원들의 지역구 외 부동산 보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실거주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문제가 될 법한 부동산을 처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지방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의원들이 집 두 채 이상 갖는 부분은 동의 못한다"며 "왜 민주당만 도덕적으로 질타를 받아야 되느냐고 하면 국민들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사실상 도긴개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서울 지역구 의원은 "실거주 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투기성이 있으면 본인이 전부 책임져야 한다"며 "집을 소유하려면 자기 지역구에서 사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