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안 오더니 갑자기 지루한 '가을장마'…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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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강수일수 15.1일…역대 2위
10월 강수량 100㎜, 평년값 이미 넘어서
"고수온으로 북태평양고기압 이례적 발달"
"장마 전선 오래 유지돼…몇 년간 반복될 것"

비가 내린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비가 내린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은 흐린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먹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몇몇 시민들은 우산을 한 손에 들거나 가방에 꽂은 채 거리를 지나다녔다. 공원에서 우산을 손에 쥐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던 한 노인 남성은 "하늘이 흐리길래 혹시 몰라 우산을 챙겼다"며 "아직 비가 안 오길래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며칠째 이어지는 가을장마에 시민들은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과천시에 거주하는 오채민(32)씨는 "어제 비가 올 줄 모르고 오후에 명동에 놀러 나갔다가 당황했다"며 "우산을 썼는데도 양말이 다 젖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원래 (바깥을) 돌아다니려 했는데, 최대한 백화점이나 지하상가에서 놀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살다가 올해 입국한 김성동(36)씨는 "7~8년 전에는 여름 장마 때 비가 엄청 많이 왔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며 "오랜만에 (한국 날씨를) 보는 입장에서, 오히려 가을에 더 많이 온다"고 했다.
 
긴 연휴가 끝난 뒤 첫 월요일인 13일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긴 연휴가 끝난 뒤 첫 월요일인 13일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의 말처럼 전날(13일) 서울에는 25.1㎜의 많은 비가 내렸다. 전국 평균 강수량도 20.8㎜로 많았다. 오후에는 몸이 흠뻑 젖을 정도의 폭우도 내리며 가을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렸다.
 
실제로 올해 가을비는 평년보다 많이 내리고 있다. 지난 9월 전국 평균 강수일수는 15.1일로, 2007년 17.0일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1991~2020년 평균값인 9.3일보다 약 6일이나 더 많았다.
 
지난 9월 전국 평균 강수량도 228.8㎜로, 평년값인 155.1㎜보다 많았다. 10월에도 많은 비가 내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강수량은 100㎜로, 이미 평년 10월 한 달 치 강수량인 63㎜를 넘어섰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전문가들도 가을 강수량이 많은 현재 상황을 특이 현상으로 분석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이명인 교수는 "장마전선은 보통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해지며 북상하는 6월 말쯤 한 번, 약해지며 남하하는 9월 초쯤 한 번 형성된다"며 "올해는 지금처럼 10월 중순까지 장마가 이어지는데,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을장마가 길어지는 이유는 북태평양고기압의 비정상적인 발달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북태평양 수온이 몇 년째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서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이례적으로 발달했다"며 "이는 한반도에 수증기가 많이 공급되게 하고, 강해진 고기압이 저기압과 부딪히면서 장마전선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도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가을비가 많은 이유는) 평년보다 우리나라 남쪽으로 고기압이 확장한 형태의 기압 패턴이 유지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또 이 교수는 "올해는 여름 장마가 굉장히 짧았다가 무더위가 길게 이어지면서 가을장마도 늦어지는 모양새다"라며 "지구온난화로 전체 기온이 상승하면서 계절상 여름이 길어지며 종료가 늦어지는 것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태평양의 고수온 현상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해소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향수 수년간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지금과 같은 (늦고 긴) 가을장마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겠다"고 내다봤다.
 
가을장마는 이번 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비는 15일 강원영동·전남권·충청권 등 곳곳에 내리기 시작해 16일 오전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되겠다. 15~16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북부 10~40㎜, △경기남부·서해5도 10~50㎜ △강원영동 20~60㎜ △강원영서 10~40㎜ △대전·세종·충남·충북 10~50㎜ △광주·전남 20~60㎜ △전북 10~50㎜ △부산·울산·경남 20~60㎜ △제주도 10~6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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