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2·3 비상계엄 직후 몽골의 군 정보기관 인사가 우리나라로 입국해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를 찾아가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해마다 진행하는 업무를 위해 방문했다는 게 정보사 측 입장이지만, '몽골 공작'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
군 안팎에선 몽골 공작의 존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한 정보사가 몽골 측 인사를 불러 입단속을 부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몽골 공작을 둘러싼 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조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몽골 軍정보기관 인사는 왜 계엄 직후 한국에 왔나
12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몽골 국방부 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인사가 지난해 12월 9일 우리나라에 입국한 뒤 이튿날 몽골로 돌아갔다.
해당 인사는 우리 정보사와 몽골 군 정보기관이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정보 협력 업무를 위해 입국했다는 게 정보사 측 설명이다.
그런데 몽골 군 정보기관 인사의 입국 시점을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당시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군 내부는 어수선했다. 특히 정보사가 계엄의 한 축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정보사가 계엄이 선포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해 서버를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6일 계엄군이 선관위 내부로 진입해 통합명부시스템 등 서버를 촬영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선관위 서버를 촬영한 군인은 정보사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정보사 병력의 선관위 투입을 지휘한 것으로 지목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지난해 12월 10일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처럼 정보사가 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연일 불거지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 정보기관과 업무를 진행하려 했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몽골 공작' 관련성 의심…입국 목적 등 진위 밝혀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윤창원 기자일각에선 정보사가 몽골에서 벌인 공작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몽골 측 인사를 불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보사는 지난해 11월 하순 영관급 요원 2명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로 보내 주몽골북한대사관 측과 접촉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내란특검 수사를 받는 중이다.
당시 정보사 요원들은 북측과 접촉하기 전 몽골 정보당국에 의해 붙잡혀 추방됐다. 몽골 정보당국은 정보사 요원들이 입국하던 시점부터 이들을 예의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사 요원들과 접선 예정이던 몽골 현지 정보원이 두려움을 느끼고 이들을 몽골 정보당국에 신고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단독]'몽골 공작' 정보사 "현지 정보원이 겁먹고 신고" 진술) 즉 계엄 사태 초기까지만 해도 정보사의 공작 사실을 알고 있던 외부 기관은 몽골 정보당국이 유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보사의 몽골 공작 의혹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2월 말 국내 한 언론을 통해서다.
이 때문에 정보사가 몽골 군 정보기관 인사의 입국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몽골 공작에 대해 함구해달라고 부탁한 뒤 대가성 정보를 건네는 등 거래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정보사는 계엄 전후 몽골 외에도 다른 국가 정보기관과 접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엄 선포 전인 지난해 11월 25일부터 29일까지 문 전 사령관이 대만으로 가 정보 분야 인사를 만났다는 의혹이 있다. 정보사 출신 인사는 "통상 여단장이 대만을 방문하는데 사령관이 직접 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정보사는 '몽골 측 인사와의 접촉 계획이 있었는가'라는 등의 의원실 질의에 "문 전 사령관의 직무배제로 인해 미접촉하고 귀국했다"며 "연례적인 정보 교류 목적으로 문 전 사령관이 대만에 방문했다"고 답변했다.
추미애 의원은 "연례 행사라면 직무 정지된 문 전 사령관 대신 참모장이나 관련 인사를 만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입국 하루 만에 출국했다는 것은 모종의 거래를 위한 게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특검에서 문 전 사령관의 외환 조성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