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신승훈이 22일 오후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도로시컴퍼니 제공"(그동안) 미니앨범도 있었지만 정규앨범은 전 애티튜드(태도)가 달라요. (…) 한 곡 한 곡 내가 얼마나 신경 썼는지가 드러나는 거죠. 제 노래 전체를 다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각각 어떤 곡인지) 설명을 해 달라고 저는 제 노래 들으시면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가수는 말보다는 음악이 앞서야 해요."5년 전, 30주년 스페셜 앨범을 냈을 때 신승훈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어서 신곡으로 채웠다. 뒤를 돌아보며 과거의 영광을 축하해 달라거나, (저를) 대견해해 달라거나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35주년을 맞은 신승훈은 이번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과거 신승훈의 영광 끄집어내서 기념하고 축하하고, '나 이런 사람이었다'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11곡의 신곡으로 꽉 채웠어요. 아직도 현재진행형 가수라는 걸 좀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로도 잘 알려진 가수 신승훈이 돌아왔다. '너라는 중력'과 '트룰리'(TRULY)라는 타이틀곡 두 곡을 포함해, 10년 만에 내는 새 정규앨범 '신시얼리 멜로디스'(SINCERELY MELODIES)에는 총 11곡이 수록됐다. 신승훈은 발매 하루 전인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강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을 만나 새 앨범을 소개했다.
신승훈이 정규앨범을 내는 것은 2015년 이후 10년 만이다. 도로시컴퍼니 제공MC 없이 진행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신승훈은 얼마 전 KBS2 '불후의 명곡' 녹화 당시 관객들이 "너무 반가워" 해 줬다며 '내가 너무 동떨어져 살아왔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즐겁게 이번 활동을 하고 싶다"라며 "설렘 반 떨림 반"이라고 고백했다.
'미소 속에 비친 그대' '그 후로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사랑' '아이 빌리브'(I Believe) '오랜 이별뒤에' '처음 그 느낌처럼' '사랑해도 헤어질 수 있다면…' '엄마야'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 '전설속의 누군가처럼' 등 무수한 히트곡을 낸 신승훈. 그동안 '사랑'과 '이별'에 천착한 곡을 발표했다면 정규 12집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나아간, 더 넓어진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신승훈은 "사랑도 있고 사람도 있고 우정도 있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그 모든 감정들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싶다. 철학적 정의가 아니라 멜로디에 이런 걸 한번 입혀보고 싶다고 해서 표현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머릿속을 비워야 다음 게(것이) 나오기 때문에", 앨범이 나온 후에는 "지탄을 받을 정도로" 쉰다고 털어놓은 신승훈은 3년 전부터 이번 '신시얼리 멜로디스'를 준비했다. '보이지 않는 사랑' 등의 명곡을 집에서 썼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가평, 청평, 홍천 등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자체 송 캠프를 열어 수록곡을 채웠다.
타이틀곡은 '너라는 중력'과 '트룰리' 두 곡이다. 도로시컴퍼니 제공제주도 한 달살이 시절에 특히 곡이 잘 써졌다. 처음엔 '이래도 되나?' 하며 의심했으나, 그때 작업한 12곡 중 8곡이 새 앨범에 실렸다. 가평, 양평, 홍천에서 각각 쓴 곡이 들어가 지금의 11곡이 됐다. '신시얼리 멜로디스'라는 앨범명은 "정말로 진정성 있는, 제 마음으로부터 써 내려가 완성한 멜로디"라는 의미다. 지금이 "전 곡을 쓸 수 있는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음원 시대'라는 걸 알지만, '희로애락'을 오롯이 담아냈기에 "열한 곡의 저희 아이들"을 다 들어보길 바란다고 신승훈은 권했다. 심현보, 황성제 등 오래 호흡을 맞춘 사이부터 '신예' 강버터까지 다양한 음악인과 협업했다.
첫 번째 타이틀곡 '너라는 중력'은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후에 밀려드는 감정을 어쿠스틱 기타의 선율과 일렉 기타의 사운드로 조화롭게 풀어냈다. 두 번째 타이틀곡 '트룰리'는 시간이 지나서 깨닫는 사랑의 진심을 뜨겁게 담아냈다. 내부 투표 결과 딱 반반으로 나뉘어 결국 두 곡을 타이틀로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선 신승훈이 '떼창곡'이라고 언급한 '별의 순간' 음원을 같이 듣는 시간도 있었다. 4년 전 문득 떠오른 제목으로 만들어진 '별의 순간'은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표현한 브리티시 록 장르 곡이다.
정규 12집에는 신곡 11곡이 수록됐다. 도로시컴퍼니 제공뮤직비디오에 배우 문소리가 출연한 선공개 수록곡 '쉬 워즈'(She Was)를 비롯해 처음 시도하는 시티팝 장르 '러브 플레이리스트'(Luv Playlist), 신승훈표 마이너 발라드의 정수 '이별을 배운다', 멜로트론이라는 악기 특성을 살린 애잔한 발라드 '끝에서, 서로에게', 비 내리는 창문을 보다가 완성한 '그날의 우리', 오래 동행한 팬들을 위한 곡 '위드 미'(With Me), 청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업 템포곡 '어바웃 타임'(About Time), 오케스트라 발라드이자 엔딩곡인 '저 벼랑 끝 홀로 핀 꽃처럼'까지 11곡이 앨범을 풍성하게 채웠다.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K팝'이 각광받는 시대, 35년째 '발라드의 황제'로 지내고 있는 신승훈에게 발라드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는 발라드가 "스탠더드처럼 쭉 남아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언젠가는 발라드가 쭉 올라와서 뚫고 가겠다, 이게 아니라 그 자리에 계속 있어 주면 된다"라며 "(발라드의 시대가) 곧 온다고 생각한다. 저는 거기 일조하기 위해 나왔다"라고 밝혔다.
"틀면 TV에 나오는 사람"이었다가 오랜만에 등장한 신승훈은 데뷔 35주년과 정규 12집 발매를 맞아 "활동 많이 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대중과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이 목표지만, "그렇게 많이 노력하고 싶지 않다"라며 "제 노래 좋아했던 사람과 같이 추억해도 충분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녹슬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닳아서 없어지겠다고 약속한 신승훈은 "아직 닳지 않았다"라며 "학처럼 긴 날개를 만들어서 떨어지더라도 아등바등하지 않고 아름다운 하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23일) 저녁 6시 정규 12집 '신시얼리 멜로디스'를 내는 신승훈은 데뷔일인 오는 11월 1일부터 2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35주년 단독 콘서트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