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정농단은 예감했지만, 대선 뒷거래까지 할 줄이야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김건희 모녀, 과거부터 위법 넘어 타인의 인생 망가뜨리며 재산 축적
정권 잡으니 국정을 비즈니스化…금품받고 예산·자리 내준 국정농단
가장 경악스러운 건, 대선 과정에서 통일교 지원받은 검은 거래
통일교 조직 동원 안됐다면, 뒷거래가 알려졌다면 尹 이겼을까

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약 4년 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를 검증하는 취재를 하면서 한 명의 유권자로서 고민에 빠졌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등 여러 의혹들에 대해 깔끔한 해명을 하지 못해,  법적으로는 몰라도 정치적·도덕적 책임에서는 자유롭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긴가민가했다.

윤석열 후보는 주술 논란과 소양 부족 등의 결점을 드러내면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상대적으로 본인의 과오는 크지 않았다. 공무원인 검사로서만 살아오다 보니 의도치 않게 자기관리가 된 셈이었다.

하지만 부인인 김건희 씨와 모친(윤 후보의 장모)을 추적하면서는 제2의 국정농단이 불보듯 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동업자의 인생을 망가뜨릴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여러 사건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는 누군가를 돈으로 구워삶고, 교묘한 법기술을 동원해 법망을 피해가면서 이익을 챙기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모녀는 이런 일도 많이 했다.

잘 나가는 검사들과 연이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뒷배로 활용했다는 점도 이미 오염된 권력의 맛을 끊기는 어려울 것이란 강한 심증을 줬다.

불행하게도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영부인이 된 김씨는 국정과 인사에 깊게 개입하면서 정권을 사유화하고 '비즈니스'의 재료로 삼았다. 일반 민간인 시절에 해오던 방식보다 더 과감하고 노골적으로, 그리고 편리하게 비즈니스를 영위했다.  명품을 들고와서 뭔가를 청탁하면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은 몰카(몰래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잡혔고 특검 수사를 통해 하나둘씩 파헤쳐지고 있다.  

김씨는 '명품 컬렉팅'이라는 고급 취미를 즐기기 위해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나 자리를 꺼림없이 내줬다.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것만 해도 통일교, 서희건설, 김상민 전 검사 등으로부터 가방, 신발, 목걸이, 팔찌, 그림 등 10개 넘게 받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통일교는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차관 증액 등으로 혜택을 봤고, 서희건설 회장의 사위는 한덕수 국무총리 비서실장 자리를 꿰찼다. 김 전 검사는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국정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은 금거북이를 건네고 공직을 받아냈다.

아직 특검 수사가 한창인지라 김씨의 혐의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자명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이라며 수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할 지경이다.

가평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가평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
하지만 이런 비리보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대선과정에서의 뒷거래 의혹이다. 바로 정권창출 과정에서 통일교로부터 전방위적인 도움을 받은 정황이다. 정권의 정당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걸 넘어 뽑힐 사안이다.

통일교가 여러 건의 청탁을 하며 조직적 투표와 수억원의 정치자금으로 대선을 도왔다는 진술이 특검 수사에서 나왔다. 통일교 핵심인물인 윤영호 씨는 "교회뿐 아니라 학교, 기업체까지 동원했다"고 언급했고, 반대급부로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통일교가 청구한 숙원사업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쯤되니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당사자들은 나름 치밀하게 준비한) 불법 계엄이 되레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불법 계엄으로 탄핵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은 헌법이 규정한 '정교분리 원칙'이 허물어지고 중세시대로 회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2019년부터 국가가 교단의 뜻에 따라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강조해 왔고, 대선 때 윤 당시 후보를 적임자로 점찍었다고 한다.

윤석열 정권이 더 이어졌다면 통일교는 더 깊숙이 국정에 손을 뻗치면서 신성국가를 꿈꿨을 것이다. 윤씨 부부에게 정치적 도움이나 자금을 제공하는 대신 통일교 교리나 한 총재의 의중이 스며든 각종 사업들을 관철시키는 방식으로 말이다.  

역사적으로 정교일치 국가들이 백성 위에 폭압적으로 군림하며 자유와 인권을 탄압하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 점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사리사욕에 휘둘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권과 가장 세속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겠다는 신념에 찬 종교가 손을 잡으면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진작에 달성했다고 여겼던 민주주의는 이렇게 위태로웠다.

상황이 이런데도 극우세력들은 황당하게 여권을 향한 부정선거 음모론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통일교의 조직적 지원이 없었다면, 적어도 대선 때 이런 일들이 제대로 알려졌다면 윤씨의 0.76%p 신승이 가능했을까. 절대 아닐 것이다. 누가 대선을 훔친 도둑인가.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