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사랑 한국인, 무시무시하게 항생제를 먹고 있다[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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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월/화/수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아래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최창민 변호사 (홍종호 교수 대신 진행)
■ 대담 : 남종영 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WHO "항생제 내성은 기후위기·전쟁과 같은 10대 위협"
2050년엔 매년 1000만 명 목숨 앗아간다
닭 사료에 섞인 '우연한 항생제', 전 세계 내성균 확산 불씨
한국 닭, 덴마크보다 1000배 더 많은 항생제 맞는다
최후의 항생제마저 무력화되면 현대의학 마비 우려



◇ 남종영> 앞서 기후위기 시대에 닭을 어떻게 길러야 폐사를 막을 수 있는지 이야기드렸다면 이번에는 인간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항생제 내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최창민> 항생제 내성이요? 항생제 내성이면 아플 때 항생제를 먹어도 약효가 잘 듣지 않는 그런 증상이죠.

◇ 남종영> 그렇죠. 지금 항생제 내성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보건에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2016년 5월에 한 보고서가 세상에 공개됐는데 영국 정부하고 웰컴트러스트가 후원한 보고서였어요. 항생제에 대해서 실태를 밝힌 보고서였는데 2050년 정도 되면 항생제로 인해서 3초마다 한 사람씩 죽게 되고 연간 1000만 명의 초과사망자가 발생한다는 충격적인 결과였죠. 통계와 추정 정도로는 현재 연간 70만 명 정도의 항생제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게 1000만 명까지 급격하게 불어난다고 이야기한 거죠.

◆ 최창민> 현재는 연간 70만 명이라는 것도 상당히 놀라운 숫자인데요. 2050년이면 1000만 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게 상당히 놀랍네요.

◇ 남종영> 네. 그렇습니다. 감기 걸렸을 때 항생제를 많이 쓰는 게 문제가 돼서 줄였지만 동물한테도 여전히 많이 쓰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다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최창민>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연간 1000만 명은 인간에 대한 말씀을 하신 것 같은데 동물에게 쓰는 항생제가 인간한테 영향을 미친다는 건가요?


◇ 남종영> 예.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축산 농장에서는 여전히 항생제를 많이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항생제를 많이 쓰게 된 원인은 하나의 우연한 사건 때문이었어요. 1950년에 토마스 주크스라는 연구원이 가축사료를 연구하는 미국 레덜리 연구소에 있었습니다. 가축 사료에다가 어떤 영양물질이나 비타민을 넣어야 훨씬 더 좋은 고기가 나올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한 무리에는 비타민 같은 영양물질을 주고 한 무리에는 대조군으로 곤죽을 줬어요.

그런데 결과를 보니까 곤죽을 먹은 애들이 갑자기 덩치가 커지고 살이 빨리 자라는 거에요. 그래서 이상해서 찾아봤더니 곤죽에 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제작할 때 남아있던 물질이 우연히 들어간 겁니다. 그러니까 항생제를 먹은 닭들의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걸 발견한 거죠.

이 사건이 아주 유명합니다. 당시에 뉴욕 타임스 1면에 '경이로운 약물인 오레오마이신이 닭의 성장률을 50% 늘렸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어요. 그때는 거의 신기원의 약물 취급을 받은 거죠. 그래서 그 뒤로 사료 업체들이 항생제를 막 쓰기 시작했어요. 질병 예방 목적도 있었지만 성장 촉진 효과가 있으니까 아예 사료에 넣어서 팔기 시작한 거예요.

◆ 최창민> 네. 항생제를 넣은 사료를 팔기도 하고요.

◇ 남종영> 배합사료에다가 먹을 것도 넣지만 비타민과 항생제도 넣은 거죠. 그리고 여러 가지 품종 개량까지 해서 치킨으로 먹는 닭인 육계의 몸무게가 아주 혁신적으로 늘어났어요. 그래서 한 연구를 보면 1950년대에 두 달이 채 안 되는 닭의 몸무게가 한 900g이었어요. 그런데 2000년대에는 4kg이 넘습니다.

◆ 최창민> 4배 이상 커지는 거네요.


◇ 남종영> 성장 속도가 4배 이상 커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두 달째에 닭을 잡아먹지도 않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20일 정도 되면 바로 잡아먹죠. 그렇게 하다 보니까 회전율이 높아진 거예요. 빨리 키워서 빨리 도살하고 또 새로 들여와서 빨리 키우고요. 성장촉진제인 항생제를 먹여서 빨리 덩치를 키우는 거죠. 이러면서 닭고기 산업이 훨씬 발달하게 됐고 고깃값도 싸지니까 사람들도 많이 먹게 된 거죠. 그런데 항생제의 부작용이 알려지는 데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1950년대 초반에 바로 황색포도상구균이라는 게 발견돼요.

◆ 최창민> 황색포도상구균이요.

◇ 남종영> 예. 감기 같은 작은 병에도 항생제를 마구 쓰니까 항생제에 노출된 세균이 항생제가 통하지 않도록 진화한 거죠. 그걸 내성률이 높아졌고 내성균이 생겼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단순히 병원에서 사람한테 항생제를 많이 썼기 때문만이 아니라 가축에게도 항생제를 많이 투여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거죠.

◆ 최창민> 네. 그러니까 병원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균이 발견됐는데 이게 따져보면 닭들을 잘 기르기 위해서 썼던 사료에 들어가는 항생제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항생제 투여량이 가축마다 차이가 있나요?

◇ 남종영>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요. 항생제를 많이 쓰는 동물은 당연히 닭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밀집 축산을 하니까 아무래도 건강이 안 좋고 병에 많이 걸리겠죠. 그러니까 항생제를 많이 쓸 수밖에 없어요. 반면에 소는 밀집 정도가 상당히 약하거든요. 한우 농장 가서 보시면 소들이 많이 돌아다녀요. 그런데 돼지 같은 경우에도 빽빽하다 보니 돼지한테도 항생제를 많이 씁니다. 2015년에 나온 한 논문을 보면 소고기 1kg을 만드는 데에 약 45mg의 항생제가 투여된다고 합니다. 반면에 닭은 148mg이 투여되고 돼지는 172mg이 투여됩니다.

◆ 최창민> 네. 소에 대해서는 45mg인데 닭에는 거의 3배인 150mg 정도의 항생제가 쓰이는 거네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많이 쓰는 겁니까?

◇ 남종영> 그렇죠. 예전부터 뉴스도 많이 나오곤 했는데요. 통계를 찾아보니 2010년 이전의 통계이긴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 1마리당 약 3.1g의 항생제를 쓴다고 해요. 그런데 이 정도 수치가 덴마크의 약 1천 배 정도 되고요. 영국에 대해서는 26배 정도 되는 수치입니다. 그리고 다른 가축에 비해서 유독 닭한테 많이 쓴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해요. 이런 항생제 내성 때문에 선진국은 먼저 조처를 하기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한 건 배합 사료 내에 무작정 넣었던 항생제를 못넣도록 금지시킨 거죠.

◆ 최창민> 그렇군요.

◇ 남종영> 예. 우리나라도 2011년에 금지했습니다.

◆ 최창민> 일단 금지는 됐군요.


◇ 남종영> 예. 현재는 배합사료에 무조건 넣을 수는 없게 돼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농민들이 동물병원 혹은 동물약국에 가서 항생제를 직접 사다가 주거든요.

◆ 최창민> 빨리 크긴 하니까요.

◇ 남종영> 예. 그래서 수의사의 처방으로만 살 수 있도록 막아놨어요. 그런데 모든 항생제를 막지는 않고 일부 약품은 허용을 해 줬거든요. 그러다가 2022년부터는 무조건 수의사 처방을 받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결과를 보면 현재 항생제 판매량이 지난 10년 동안의 항생제 판매량에 비해서 크게 줄지는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동물약국은 불법적으로 수의사한테 처방을 받고 농민들이 동물약국에서 항생제를 직접 사다 쓰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 최창민> 불법적인 상황이 있는 거군요.

◇ 남종영> 그런데 문제는 가축 뿐만이 아닌 거에요. 우리가 같이 사는 개랑 고양이도 항생제를 참 많이 써요.

◆ 최창민> 그렇습니까?

◇ 남종영> 한번 생각해 보시면 당연해요. 개가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이 피부병이거든요. 피부병에 걸려서 개를 동물병원에 데려가면 무조건 항생제를 씁니다.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스타필로코쿠스 슈도인터메디우스라는 내성균이 있거든요. 우리나라 개의 경우에는 이 균에 대한 내성률이 80%나 돼요. 고양이는 77% 정도 되고요. 그래서 사실상 개와 고양이도 항생제 내성률이 상당히 높아요. 그러면 개와 고양이의 침을 통해서 항생제 내성균이 우리한테 올 수도 있고요. 여러 가지 배설물을 통해서도 올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 최창민> 네. 그렇게 반려동물도 항생제 내성이 높으면 인간의 내성도 따라서 올라갈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 남종영>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내성균이 반려동물 체액은 물론이고 물이나 분변, 토양 이런 것들을 통해서 사람에게 오거든요. 그러면 당연히 사람의 내성률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 우리나라 연구 결과를 보면 육계 농장 닭의 한 60% 정도가 다제내성균에 대한 내성균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 최창민> 다제내성균이요.

◇ 남종영> 다제내성균은 특정 항생제 뿐만 아니라 복수의 항생제에 다 내성이 있는 균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슈퍼 박테리아라고 하는 그런 거예요. 항생제를 써도 전혀 듣지 않는 균에 의해서 이미 가축들이 점령돼 있다는 거죠. 그래서 산란계 농장 닭의 37% 정도가 이미 다제내성균에 대한 내성률을 보인다고 해요. 그래서 최후의 항생제라는 게 있어요. 카바페넴계 항생제라고 하는데 이건 정말 어떤 균이든 다 죽일 수 있는 항생제입니다. 만약에 최후의 항생제에도 내성률이 있다고 하면 큰일 나는 거예요.

◆ 최창민> 그러니까 지금의 추이를 보면 언젠가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센 항생제에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거군요.

◇ 남종영> 그렇죠. 만약에 가축들도 최후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올라가고 인간들도 올라가면 현대의학이 마비되는 거죠. 왜냐하면 무슨 수술을 하려고 해도 곪으면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현대의학이 마비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는 거죠.

◆ 최창민>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처음 시작은 맛있는 닭을 먹으려고 하다가 이렇게까지 온 것 같아서 공포스럽기도 한데요. 그렇군요.

◇ 남종영> 네. 그래서 2019년 세계보건기구가 항생제 내성을 세계 10대 공중보건 위협의 하나로 발표했습니다. 대기 오염, 기후 변화, 유행성 독감, 가뭄, 기아, 전쟁 이런 것과 같은 반열에 항생제 내성을 추가한 거죠.

◆ 최창민> 10대 위협 중 하나로요.


◇ 남종영> 그렇죠. 그래서 UN 사무총장이 항생제 내성을 조용한 팬데믹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덮치고 있는 거죠. 그래서 항생제 내성을 해결하려면 우리가 다니는 사람의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동물한테도 적용해야 됩니다. 그러한 관점을 원헬스(One Health)라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하나의 건강인 거죠. 사람의 건강과 동물의 건강, 환경의 건강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겁니다. 사람만 건강해서는 안되고 동물이 건강하지 않으면 결국에 사람도 건강해지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은 닭이나 돼지에 왜 항생제 사용이 많은지를 한 번 되새겨 보면서 바꿀 거는 바꿔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밀집 사육 때문에 닭이나 돼지한테 예방적 목적 또는 성장 촉진 목적으로 많이 주는데요. 그 이유는 우리가 싼 값에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이거든요. 그렇게 고기를 많이 먹으면 그만큼 동물에서 나오는 배설물 때문에 온실가스가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서 인간과 동물, 환경, 기후는 다 연결돼 있다는 걸 볼 수가 있죠.

◆ 최창민> 네. 동물에 대한 얘기가 인간과 얼마나 연결이 되어 있는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있고 저도 이렇게 큰 문제의식이 있었는지 반성하게 되는데요. 오늘 원헬스라는 관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서 이 모든 게 다 연결돼있다는 중요한 문제의식을 짚어주셨습니다. 그리고 10대 위협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남종영 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남종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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