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릉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제한 급수에 대한 공고문이 붙어 있다. 전영래 기자"우리 아파트 명예를 걸고 최대한 물을 아껴봅시다. 우리 모두 버텨봅시다"강원 강릉지역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강릉시가 6일부터 아파트와 대형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에 돌입한 가운데 지역의 한 커뮤니티에서 아파트 명예까지 걸고 물을 아끼자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강릉의 한 맘카페에는 '우리 아파트 명예를 걸고 최대한 물을 아껴봅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교동 택지에 사는 아파트 주민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우리 아파트 물탱크를 사수하라'가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 같습니다"라며 "물론 다 쓰면 채워 준다고는 하지만 고생고생해서 멀리서 가져 오는 귀한 물이니 아껴봐야죠"라고 물 절약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아파트 물탱크 물을 (어떻게) 아낄 수 있는 지 가족 회의 중"이라며 "무심코 눌러버리던 변기 레버, 세면대에 흘려 버리던 허드렛물 등 정신 똑똑이 차리고 모았다 활용해서 제일 오래 버틴 아파트가 되보려 합니다. 우리 모두 버텨봅시다"라고 독려했다.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회원들은 "우리 모두의 노력이 큰 힘이 될거다. 불평 불만이 아니 지금 우리가, 내가 할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 멋져요.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포상금 걸고 아파트 이름 걸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아파트 명예 걸고 챌린지 아닌 챌린지 힘내서 해보자. 이렇게 해서라도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야죠" 등의 공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생수를 수레에 싣고 있는 주민들. 전영래 기자강릉시는 6일 오전 9시부터 아파트와 대형숙박시설 등 100톤 이상의 저수조를 갖춘 124곳을 대상으로 제한 급수에 들어갔다. 당장 물이 끊기는 것은 아니지만, 상수도관으로 직접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면서 물 절약 동참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강릉시에 따르면 공동주택 113개소의 총 세대수는 4만 5천여 세대로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세대수 9만 1750세대의 절반에 달한다. 그동안 수도 계량기 75%를 잠금하는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대수용가에서 기대했던 만큼 절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고 시는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이날부터 홍제정수장에서 각 대수용가로 공급되는 저수조의 밸브를 닫고 있다. 대신 저수조에 있던 물의 양이 줄어들 경우 연곡정수장 등 다른 곳에서 취수한 물을 급수차량을 통해 운반할 계획이다.
특히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경우 1단계로 밤 10시~오전 5시까지 단수를 시행하고, 저수율에 추이에 따라 격일제 급수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시는 지난 4일부터 주문진읍과 왕산면, 연곡면을 제외한 모든 강릉시에게 1인당 생수 12ℓ를 배부하고 있다. 5개 권역으로 나눠 각 주민센터별 세부 계획에 따라 배부하고 있는 가운데, 차에서 리지 않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까지 도입했다.
김홍규 시장은 "지금은 당분간 비 예보가 없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우리는 함께해야만 버틸 수 있고, 함께해야만 넘어설 수 있다"며 "시민 여러분께서 불편한 일상을 감내해 주시는 동안, 강릉시는 모든 수단과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강릉시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주차장에 마련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생수를 받으러 온 차량들이 늘어선 모습. 전영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