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CBS 질문하는 기자' 캡처지난 25일(미국 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약 2시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 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는 상황 같다. 우리는 거기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파문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 게재 직후 미국 내 극우 논객 고든 창이 이를 공유하며 "땡큐 프레지던트 트럼프"를 외쳤고, 한국 보수 진영 일각과 극우 유튜브 채널들이 '외교 참사'를 연호했다. 그러나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의 설명을 들은 뒤 "오해한 것이라 확신한다"는 태도로 급선회했다.
뉴욕주 변호사로 미주 민주참여포럼에서 활동 중인 박동규 변호사는 지난 29일 CBS 유튜브 '질문하는 기자'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의 배경과 파장을 이렇게 정리했다.
박 변호사는 "일단은 너무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며 "강훈식 비서실장과 수지 와일즈 비서실장의 핫라인이 신의 한수였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준비성 또 외교력 그리고 담대함이 빛났다"며 "동시에 (SNS 극우 돌발 사태 등) 재발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이후에는 철저히 준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증폭시킨 고든 창의 연쇄 트윗에 주목했다.
박 변호사는 "거기에 '트럼프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고 해놓고 그 다음번 트윗에는 '리무브 이재명(Remove Lee!)'이란 말을 썼다"며 이는 두 가지 신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나는 '이 사람들이 바라는 속마음이 이런 거였구나"라는 노출, 두 번째는 '이것이 실제로 가능성이 있다'고 이 사람들은 확신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온라인 공간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극우 지지자들 그리고 특히 극우 유튜버들이 또 리트윗했다. 국내 정치권 일부에서도 '외교 참사' 프레임이 가세했다. 다만 트럼프의 대통령의 태도 변화 이후 극우파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박 변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라고 공개 해명한 이후) 심지어 '트럼프가 친중 좌파였네' 등 말이 나왔지만, 국내 우파 유튜버 대표인 신혜식씨조차 극우파들을 향해 '정신 나간 소리다'라고 했다"며 "그럼에도 이들은 언제든지 다시 공격할 수 있기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했다.
유튜브 'CBS 질문하는 기자' 캡처이번 파문이 '한국 극우세력의 요청이 미국 극우 라인을 통해 트럼프로 전달된 '순환 고리'의 결과냐'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쌍방 통행'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박 변호사는 "미국의 극우 유튜브가 먼저 띄우고 이후 한국의 극우 유튜버 및 국민의힘,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과 측근들이 다시 이를 재점화하기도 한다"며 "어떤 경우에는 거꾸로 한국에서 시작한 음모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첫 순방 성과에 대해 국내 일부 보수 매체의 박한 평가와 달리 미국 언론들은 온통 놀라움의 표현으로 칭찬했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미국 보수 경제지인 블룸버그조차도 '이재명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력의 결실'이라는 제목을 뽑았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회담 성사 뒤에는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즈와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간 '핫라인'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비서실장 핫라인이 없었다면 회담 결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SNS와 '한국 정부가 미군 기지를 압수수색했다'는 발언으로 참모들이 우려하던 순간 '수지 와일즈가 보고하겠다'는 응답과 함께 회담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차분히 설명할 기회를 갖게 됐고,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한 것이라 확신한다'는 멘트를 내놓으면서 급류는 진정됐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수지 와일즈 비서실장을 "트럼프의 최측근 중에 측근"이지만 "극우 이념의 신봉자들과는 다르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수지 와일즈는 당내 다양한 분파 간 내부 갈등 관리 능력으로 발탁된 인물"이라며 "실용적 중도 우파적 성향을 보유한 실력자"라고 했다.
유튜브 'CBS 질문하는 기자' 캡처박 변호사는 "미국 마가(MAGA) 진영에 6개 분파가 존재한다"며 "그 어느 계파에도 속해 있지 않으면서 그 모든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수지 와일즈 비서실장"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인선과 핫라인 구축이 "앞으로 북미 평화 정상회담이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중요한 통로가 될 것"이라며 "핫라인을 만든 것도 매우 중요하고 또 그 핫라인의 상대가 수지 와일즈라는 게 아직 우리에게 국운이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한편 극우 커넥션의 근본 동력이 '신념'이냐 '자본'이냐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다.
그는 "애니챈은 부동산 재벌일 뿐만 아니라 핵 재벌"이라며 "오히려 핵원전 개발 사업이 본업일 정도로 IP3 International과 Allied Nuclear 이라는 회사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사들은 핵기술 개발, 원전 수출, 국가상대 로비 등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데, 애니챈은 어떤 회사에선 경영전략 이사, 또 다른 회사에선 디렉터 등 핵심적인 고위 간부직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 회사들에 대해 "지난 2022년 3월 더 네이션 지에 발표된 탐사보도에서 이를 상세히 다뤘는데 당시 주목 받지 못하다가 최근에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며 "미국 중견 씽크탱크 중의 하나인 퀸시 연구소 선임연구원 엘리 클리프턴이 저자인 기고문의 제목이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을 계속하려는 알려지지 않은 과두정 재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윤석열과 김건희의 쿠데타가 성공을 했다면 그 많은 (핵 사업 관련) 이권 지분을 누가 가장 많이 가져갔을지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CBS 질문하는 기자' 캡처이 대통령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대 돌발 위기를 극복한 데 대해 박 변호사는 "하늘이 도왔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아슬아슬했다"며 "두 분 비서실장의 핫라인이 없었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한미 극우세력의 이같은 도발이 향후에도 반복될 수 있다며 "재발했을 경우에 우리가 준비를 해야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로 극우 네트워크의 증폭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극우세력 간 커넥션을 통한 외교 위기 속에서 우리의 대응책에 대해 박 변호사는 "한국 정부와 여야, 언론과 시민사회가 함께 사실관계의 신속한 교정과 법적 대응, 그리고 한미 '비서실장 핫라인' 같은 실질적 완충 장치를 상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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