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청천벽력처럼 떨어지는 병이 아닙니다. 본인은 몰랐겠지만, 스스로 수십 년간 만들어온 병이죠."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프로그램 <건강비책>에 출연해, 뇌졸중이 발생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직접 고안한 '단계론'과 '권총 모델'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뇌졸중 예방의 핵심은 스트레스라는 방아쇠를 탓하기 전에 혈관 속에 '장전'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0단계: 권총이 없는 상태 "증상 없어도 안심은 금물"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0단계는 아무런 위험 요인이 없는 건강한 상태지만, 이 교수는 이때가 가장 방심하기 쉬운 아이러니한 시기라고 경고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위험 요인은 초기 증상이 전혀 없으므로 스스로 컨디션이 좋다는 느낌만 믿다가 1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놓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0단계의 핵심은 '느낌'이 아닌 '수치'로 자신을 증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30대부터는 반드시 집에 전자 혈압계를 구비하고 정기적으로 수치를 기록해야 한다. 아침 10시경 마음을 가라앉힌 뒤 두 번째 잰 혈압을 기록하는 습관만으로도 의사보다 정확하게 본인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금식이 필요 없는 '당화혈색소' 측정과 LDL 콜레스테롤 검사를 1년에 한 번씩만 챙겨도 뇌졸중의 씨앗이 자라는 것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1단계: 권총과 총알을 준비한 상태 "고혈압과 당뇨가 신호탄"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중 하나라도 발견되었다면 드디어 권총과 총알을 준비한 1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위험한 태도는 질환을 부정하며 치료를 미루는 것이다. 이 교수는 "모든 인간은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6개월간의 적극적인 생활 습관 교정 후에도 수치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지체 없이 약물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했다.
초기에 약으로 관리하면 평생 아주 간단한 처방만으로 혈관 건강을 지킬 수 있지만, 안 먹겠다고 버티는 사이 혈관 변형은 가속화된다. 일찍 진단하고 관리하면 평생 1단계에 머물며 뇌졸중을 남의 일처럼 지낼 수 있으나, 관리에 실패하면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 단계로 급격히 넘어간다. 이 교수는 본인 역시 약을 복용하며 철저히 1단계를 사수하고 있음을 밝히며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단계: 총을 장전한 상태 "동맥경화가 시작되었다"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목동맥 초음파 등을 통해 혈관 벽에 찌꺼기가 쌓인 동맥경화가 확인되었다면 권총에 실탄을 '장전'한 2단계다. 이 단계는 반신불수라는 장애를 입기 일보 직전인 '준전시 상태'로 간주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약 복용을 두고 혹여 의료진과 실갱이를 벌였다 하더라도, 동맥경화반을 발견한 시점부터는 철저하게 강화된 기준치에 맞춰 약을 복용해야 한다.
특히 고지혈증(LDL) 수치 기준이 70 이하로 대폭 낮아지는 등 관리 강도가 극도로 높아진다. 이 교수는 "2단계는 인생의 마지막 찬스"라며, 겉보기에 몸이 멀쩡하다는 착각 때문에 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장전된 총을 들고 있다면 언제든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혈압과 당뇨 수치를 기준점 아래로 묶어두는 결단이 필요하다.
3단계: 방아쇠를 당겨 발사된 상태 "이미 발생했다면 재발을 막아라"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3단계는 결국 총이 발사된, 즉 뇌졸중이 발생한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총이 발사되었다고 해서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대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뇌졸중 환자의 절반 이상이 치료 후 정상 생활로 복귀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단계에서의 목표는 이미 발사된 총알이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도록 '불발탄'으로 만드는 노력이다.
회복의 성패는 환자의 긍정적인 태도와 끈기 있는 재활에 달려 있다. 이 교수는 현장에서 본 환자들 중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에도 감사하며 즐겁게 재활에 매진한 이들이 결국 3개월 뒤 걸어서 병원 문을 나선다는 사실을 전했다. 설령 3단계에 진입했더라도 좌절하기보다 현대 의학의 힘을 믿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재활에 임하는 것이 인생의 두 번째 기회를 잡는 유일한 길이다.
"방아쇠를 탓하기 전에 장전부터 막으십시오"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이승훈 교수는 뇌졸중 예방을 위해 우리 뇌의 판단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능동적으로 쓸 것을 당부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많은 환자가 최근의 스트레스나 갑작스러운 갈등 때문에 뇌졸중이 생겼다고 믿지만, 스트레스는 그저 마지막 방아쇠였을 뿐이다. 정작 중요한 본질은 지난 10년 동안 관리하지 않아 혈관 속에 이미 '장전된 권총'이 있었느냐는 사실이다.
결국 뇌졸중은 수십 년에 걸쳐 스스로 만들어가는 병이다. 장전되지 않은 권총은 아무리 세게 방아쇠를 당겨도 사람을 해칠 수 없듯이, 일상의 꾸준한 기록과 관리라는 평범한 진리가 당신의 혈관을 가장 굳건히 지켜줄 것이다. 1년에 단 몇만 원과 약간의 시간을 들여 본인의 수치를 점검하는 '전두엽의 노력'이야말로, 소중한 인생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생존 비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