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적 유연성, 韓 전략적 경직성[한반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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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브런슨 사령관, 동맹 현대화 역설…2006년 합의에 이은 '시즌2'
주한미군 감축 기정사실화…대북 전력 공백은 없다는 게 중론
진짜 문제는 대만사태 연루 가능성…주한미군 차출시 中 보복 우려
한미방위조약과 충돌 여지도…尹 정부 국방장관조차 "단호히 No 해야"
전 외교관 "너무 호들갑 떨면 미국에 말리는 것…허허실실 외교 지혜"
전문가 "브런슨 사령관-백악관 결 다른 점에 주목해 협상할 필요도"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태평양사령관. 연합뉴스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태평양사령관. 연합뉴스
요즘 대다수 안보 전문가들이 만일의 '대만 사태'를 논할 때 빼놓지 않는 얘기가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지만…".
 
아닌 게 아니라, 임박한 현실처럼 보였던 2027년 대만 침공설은 최근 꼬리를 살짝 내린 모양새다.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태평양사령관이 "2027년은 계획보다 슬로건에 가깝다"(6월 16일. 대만 자유시보)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한때는 바로 올해인 2025년을 침공 시점으로 예상한 미군 수뇌부(2023년 1월. 마이클 미니헌 공군 대장)도 있었지만 막상 별 조짐이 없자 시기를 늦추거나 한발 빼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의 시선이 대만에 꽂혀있는 이유는 만에 하나 현실화됐을 때 엄청난 파장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연루 가능성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주한미군사령관, 동맹 현대화 역설…2006년 합의에 이은 '시즌2'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8일 한국 언론과 회견에서 작심한 듯 전략적 유연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난 2006년 한미가 이 문제에 기본적 합의를 한 이후론 추가 논의가 없었다며 동맹 현대화를 주장했다.
 
2006년 합의는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력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며,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양국 외교장관 공동성명이다.
 
미국은 이를 더 발전시키고 중국 견제를 명시하는 '전략적 유연성 시즌2'를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이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서 "대북 억제를 계속하는 동시에 대중국 억제를 더 잘하기 위해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이 발표"하도록 요구하려 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우리에게 전략적 유연성은 대북 전력 공백과 대만 사태 연루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위험 요소가 있다. 전략적 공간과 자율성이 줄어듦으로써 외부 대응이 둔탁해지는 것은 물론 전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주한미군 감축 기정사실화…대북 전력 공백은 없다는 게 중론

먼저 대북 전력 공백은 숫자(규모)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시사점을 준다. 최근 미국 측 인사들의 잇단 발언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은 기정사실처럼 다가온다.
 
워싱턴 싱크탱크 '국방 우선순위'는 지난 9일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중 지상군 대부분을 철수시켜 약 1만명만 남겨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물론 미국의 이런 입장은 다분히 협상 지렛대 성격도 있다.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 대폭 인상이나 주한미군 작전 범위 확대(전략적 유연성)를 위한 압박용이다.
 
한국이 양보하더라도 주한미군 일부 감축은 불가피한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 중국 견제 차원에서 대규모 지상군보다는 소규모일지라도 첨단전력과 공군이 유용하다. 브런슨 사령관이 언급한 다영역기동부대(MDTF)나 5세대 전투기(F-35)가 그것이다.
 
중요한 문제는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대북 전력 공백의 크기다. 만약 심각한 수준이라면 전략적 유연성을 대폭 수용하는 한이 있더라도 감축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 군의 자체 평가나 미국 측 견해를 종합해도, 한국은 핵을 제외하면 자체적 대북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군이 취약했던 작전 기획 능력에서도 오랜 전시작전권 전환 준비를 통해 미군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미국이 한국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2.6% 수준인 국방비를 3.8%까지 올리라고 압박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과잉 군사력'마저 예상되는 현실이다.
 
아울러 미국 새 국방전략(NDS)을 주도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차관이 최근 SNS에 대북 억지에서 한국의 주도적 능력과 의지를 평가한 것을 보면 전작권 전환도 더는 미룰 이유가 없어졌다.
 

진짜 문제는 대만사태 연루 가능성…주한미군 차출시 中 보복 우려

전략적 유연성 확대의 진짜 우려스러운 측면은 대중국 연루 위험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시간, 공간, 필요에 따라 전력을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전략적 유연성"이라며 "이러한 능력을 항시 보유하고자 한다"거나 "주한미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말대로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 때 차출된다면 한국도 전쟁에 휘말려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바람처럼 군산기지에 F-35 배치가 실현된다면 이는 더 이상 대북 억지력이 아닌 중국을 겨냥한 비수로 간주될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한반도와 대만 간 거리를 감안할 때 주한미군이 직접 출동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중동으로 재배치된 패트리어트 포대의 경우처럼 일본 오키나와 등으로 옮겨간 뒤 대만군을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기지가 대중국 발진기지가 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워싱턴의 '국제대만연구소(GTI)'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F-16 전투기는 전투반경이 짧기 때문에 F-35로 대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대만 사태 시 중국 칭다오에서 대만으로 출격하는 북해함대 견제 임무를 거론하기도 한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대만 사태의 불똥이 곧바로 한반도로 옮겨 붙는 재앙적 시나리오들이다. 미군 평택, 군산기지 등이 중국의 제1표적이 되고 우리도 자동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방위조약과 충돌 여지도…尹정부 국방장관조차 "단호히 No 해야"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이런 연유로 해서 윤석열 정부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조차 전략적 유연성만큼은 강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대한민국이 외부의 침략을 받을 때 싸우게 돼있다. 미국도 늘 그것을 확약하고 있고"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코리아헤럴드 인터뷰에선 "단호히 '노'(No)를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미상호방위조약과의 충돌 여지도 있다. 이 조약은 사실상 한국에 대한 외부 침략 격퇴를 핵심으로 한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역외 이동‧출동 자체는 조약에 저촉되지 않지만, 한국 내 미군 주둔의 취지와 근거에 반하는 것이다.

다만 주한미군 관계자는 조약 2조를 근거로 "이 조약은 (체결 당시) 상호 안보 위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도 있음을 예상했고, (따라서)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외교 방식이 더 거칠어지긴 했지만,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보다 약한 목소리를 낼 이유도 필요도 없다. 만일 미국이 요구 관철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등으로 압박하더라도 담대하게 대응할 여지가 있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의 전략적 재조정(중국 견제 완화, 제2도련선 재배치) 측면"을 거론하며 "한반도가 미중 충돌의 전장이 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미국 측 관계자의 말 한 마디에) 너무 호들갑을 떨고 이슈를 키우는 것은 시작도 하기 전에 미국에 말리는 것"이라며 "허허실실하게, 내주는 것처럼 하면서 챙기는 외교"를 주문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다른 시각에서 볼 대목도 있다. 육군 4성장군이 수장인 주한미군사령부와, 규모(5만 5천명)는 훨씬 크면서도 공군 3성장군이 지휘하는 주일미군사령부 간 미묘한 알력이다. 미국은 4성 장군(제독)의 20% 이상을 감축할 계획이어서 내부 긴장도 상당하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전 오사카 총영사)는 "브런슨 사령관은 주한미군 일부 감축과 조정을 거론하면서도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은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백악관, 국방부와는 결이 좀 다르다는 점에 포인트를 맞춰 협상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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