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스 베일리 미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 대행. 연합뉴스미국 국무부 당국자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한 김여정 북한 노동장 부부장의 담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여정 담화에 대해 미국 당국자가 호응한 것이지만, 대화의 전제조건인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 커 주도권을 사이에 둔 줄다리기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美당국자, 김여정 담화에 "관심 가지고 주목"
세스 베일리 국무부 동아태국 부차관보 대행은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연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 고위급 성명들을 보고 있으며, 최근 김여정(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 관심을 갖고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일리 부차관보 대행은 "새 한국 정부는 한반도 전역에서 긴장을 줄이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하고 북한에 관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한국 대통령 모두 북한과의 외교와 관여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연합뉴스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을 인정하면서도 대화 시작의 조건으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내걸었다.
김 부부장은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했다.
'비핵화' 이견, '싱가포르 성명'으로 좁힐 수 있을까
미국이 김여정 담화에 반응하며 북미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미국 백악관은 김여정 담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종식하기 위해 김 총비서와의 대화에 여전히 열려 있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베일리 대행 또한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해당 성명에서 제시된 원칙에 대한 약속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싱가포르 성명'을 언급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업무오찬을 마친 뒤 산책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와 실종자 유해 송환 등 4개 항목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는 미국과 북한간 이미 협상이 시작돼 의제와 주도권 싸움을 시작한 단계라고 진단했다. 김여정 담화의 '핵보유국 인정'과 미국의 '비핵화' 입장 사이에서 언급된 '싱가포르 성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싱가포르 성명은 '한반도 비핵화'가 모호한 개념이지만 들어가 있고, 트럼프가 본인의 업적이라고 자랑하고 있다"며 "싱가포르 성명에 대해 북한의 마지막 반응이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아서 미국과 북한간 적당한 수준으로 접근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가올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이 '싱가포르 성명을 준수한다'는 정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현재로선 싱가포르 성명 수준의 접근에 북한의 양보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 두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