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인천 송도에서 총기로 아들을 살해한 60대의 범행동기에 대해 경찰이 '일방적 망상에 의한 범행'으로 결론냈다.
현장에 있던 동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미수와 관련해서는 피해자 유족 측 진술 외에도 여러 증거물이 확보됐다.
29일 인천경찰청은 수사 현황 백브리핑을 통해 A씨를 살인,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총포화약법 위반 혐의로 30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A씨는 지난 20일 밤 9시 반쯤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아파트 꼭대기 층(펜트하우스)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30대 아들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가 마련한 A씨의 생일잔치 자리였고, 현장에는 며느리와 손주 2명(5살·9살), 며느리의 지인(외국인 가정교사)도 있었다.
애초 범행동기에 관해 A씨는 자신만 외톨이가 됐다는 가족 간 불화를 진술하다 프로파일러 조사에서는 경제적 어려움 등을 주장했지만, 최종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동기는 아니라고 진술한 상태다.
가정불화의 경우 계속 가족들과 연락을 나눴고 꾸준히 경제적 지원도 이어진 만큼, 외견상 갈등은 없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실제로 피의자는 피해자 측으로부터 생활비는 물론, 대학원 등록금과 통신비, 국민연금, 생일축하금, 아파트 공과금 등을 계속 지원받았고, 2년 전엔 A씨의 회갑연도 전처까지 참석한 가운데 치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A씨는 1998년 또 다른 범죄로 구속수감 되면서 전처와 협의이혼 후 당시 어린 아들의 심리적 부담을 감안해 셋이 동거를 해왔는데, 2015년 B씨의 결혼으로 홀로 생활을 하게 되자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21일 집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서울 도봉구 피의자 자택을 수색하는 모습. 서울소방재난본부 제공이를 종합 고려해 경찰은 고립감 심화와 가장으로서의 자존감 상실 등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헌 인천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복합적 요인들이 망상으로 맞물리며 결국 작년 8월쯤부터 범행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가족 등 A씨 생일잔치에 참석했던 동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미수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에 더해, 각종 증거물과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아들만 살해하려 했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A씨가 아들에게 총격을 가한 뒤 며느리와 손주들이 문을 잠근 방 앞에서 대치하다 밖으로 달아나는 가정교사를 향해 추가 총격을 2차례(1차례 불발) 시도하는가 하면, 복도로 뒤쫓은 증거물 등이 확보된 것이다.
증거물 중에는 당시 급박하게 현장을 벗어나면서 가정교사가 자신의 어머니와 화상통화를 한 기록도 포함돼 있다. 가정교사가 떨어트린 휴대전화를 뒤쫓던 A씨가 잡아들면서 A씨 얼굴이 고스란히 촬영됐다고 한다.
A씨가 현장에 들고 간 총알 15발과 발사기 2대, 총열 4개 등도 다수를 상대로 한 살인미수 혐의의 증거물로 채택됐다.
경찰은 또 A씨에 적용한 혐의 중 현주건조물방화예비에 대해서는 서울 자택에 설치돼 있던 대규모 인화성 물질 등에 관한 국과수 조사에서 폭발 가능성과 위력이 검증되면, 형량이 더 높은 '폭발물사용죄'로 죄명을 바꿀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