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동 위기의 절정 국면에서 3100고지에 오른 코스피가 미국의 '관세 유예 종료'라는 리스크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 실적도 변수로 꼽힌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15% 오른 3108.25로 장을 마쳤다.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12일(현지시간) 이후 2900선과 3000선을 차례로 돌파한 코스피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해 중동 위기가 절정에 달한 23일에도 3000선 방어에 성공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돌입하자 2거래일 연속 3100선을 유지한 코스피는 지난 4월 저점(2328)에서 30% 넘게 급등한 '강세장'을 기록하고 있다.
65조원에 달하는 개인의 투자 대기자금(고객예탁금)과 15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반대까지 떨어지며 외국인의 투자 매력이 상승하는 등 유동성 측면에서 코스피의 추가 랠리 가능성이 거론된다.
동시에 단기 급등에 따른 '기술적 조정'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가 주식시장과 동반 상승한 것이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옵션 가격에 반영된 시장의 변동성을 측정한 VKOSPI는 주식시장 상승 때보다 하락 때 급등하는 경향을 보인다.
20을 넘으면 시장에 공포가 확산했다고 해석한다. VKOSPI는 지난 5월 14일 17.56을 저점으로 상승을 시작해 같은달 27일 20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25까지 한 달 사이 50% 가까이 올랐다.
주식시장 '과열'로 볼 수 있는 지표도 나타난다. 개인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코스피 신용거래가 최근 11조 7천억원으로 집계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유동성이 확대했던 2022년 1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거래대금 회전율도 '시장 과열'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달 2배 수준이던 회전율은 최근 3.5배까지 올랐다. 거래대금 회전율이 3배를 넘은 것은 동학개미운동 때와 이차전지 랠리 고점인 2023년 7월 등 2차례에 불과하다.
코스피 조정 여부는 다음달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로 시작하는 '2분기 실적' 시즌이 트리거(Trigger·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코스피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1조원으로 1분기(72조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분기 평균 1446원에서 최근 100원 정도 떨어진 점을 생각하면, 수출 기업이 1분기 규모의 매출을 올려도 2분기 실적은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수준의 지표는 '단기 과열'로 인한 조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코스피의 추세적인 상승세가 꺾이진 않았다는 전망이 여전하다.
한화투자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단기간에 오르면서 모든 지표가 과열을 가리키고 있다"면서 "지금은 경기가 밋밋하고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주의 실적 가시성도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릴 땐 예상보다 더, 길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 고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해서 밸류에이션이 비싸졌을 때 주식을 분할매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코스피는 명백히 단기 과열권에 진입한 상태다. 언제 조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면서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재개 시기는 감세안이 확정된 이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발표된 금융정책과 시장의 기대 사이에 '검증의 시간'도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관세 위협이 재개되더라도 연준이 4분기엔 금리인하를 선언할 것이고, 인하 시점이 늦어진 만큼 인하 폭은 클 것"이라며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이슈를 더 끌고 가기엔 정치적 부담이 커 겨울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 위험 선호가 재개될 것이다. 향후 12개월 코스피 타깃을 3700으로 상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