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라도 유치해야 할 판…'지방 일자리' 위기, 청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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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도권 집중률 1위 국가' 대한민국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은 텅 빈 상황에 살 만한 공간마저 줄어들며 경쟁도 치열해졌다. 2000년대 이후 국토균형발전 약속을 수차례 반복해 온 정부는 '지방시대'를 선언하고 42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10년간 지방을 빠져나간 청년은 71만 명에 달한다. '지방소멸'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경고가 나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CBS노컷뉴스는 축소사회가 되기까지, 그 복잡한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진짜' 해법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2025 축소사회, 어디까지 왔나③]

순천 산업단지. 최보금 기자순천 산업단지. 최보금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지방소멸 위기, 수도권도 예외는 아니다? 멈추지 않는 '인구 블랙홀'
②"지방엔 아무것도 없다", "서울공화국 문제다"…어디까지 사실?
③'교도소'라도 유치해야 할 판…'지방 일자리' 위기, 청년이 없다
(계속)

"저는 전공을 살리기 위해 조선소를 찾아 내려온 경우지만, 경력을 쌓고 수도권 기업으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동료들이 많아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경상남도 거제로 내려가 한 조선소에 취업한 A씨(29). 그는 최근 CBS노컷뉴스에 "조선소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일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지방으로) 오는 걸 꺼리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하는 이유로 문화시설 부족, 근무 환경 열악 등을 꼽았다.
 
반면 일자리가 없어 상경한 부산 출신 B씨(28)는 "내가 원하는 직종을 찾아 올라왔다. 지방에서는 해당 직종으로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고 수도권 기업에 비해 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적인 일자리 축소 흐름 속에서 지방 일자리와 인력은 충분한 것일까.
 

지방엔 기업조차 없다

취업박람회. 연합뉴스취업박람회. 연합뉴스
통계청이 제공하는 기업생태 분석지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를 포함한 수도권 일대의 기업 수는 580만 7013개로 전국 기업 수의 52.61%에 해당한다.

이는 지역 특색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는 농·임·어업종을 포함한 수치여서 지방에 제조업, 서비스업 등의 일반기업 일자리는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적인 일자리의 수가 적으니 사람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더 없다는 의미다.

2024년을 기준으로 각 지역의 월 평균 임금을 보면 서울이 약 410만 원을 유지하는 동안 지방은 290만 원에서 320만 원 수준의 임금을 유지했다. 총 근로시간은 서울이 165시간으로 집계됐지만 경남, 울산, 충남, 충북의 경우 170시간을 상회하는 근로시간 수치를 보였다. 지방의 노동자들은 '더 일하고 덜 받았다'는 것이다.

임형백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MZ세대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MZ세대들은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태어났고 도시에서 태어나 지방·농촌에 대한 향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 건설, 조선 등이 호황이라 할지라도 이 분야에 취업하려는 MZ세대는 적다"며 '워라밸'을 챙기기 힘든 지방의 일자리는 청년들이 찾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기피시설이라도…'일자리 부족' 극복 노력

연합뉴스연합뉴스
이 때문에 일자리 부족 현상을 극복하고자 기피시설을 유치하려는 지방도 있다.

지난해 5월 군립 공설화장장 유치를 위해 경남 거창군의 9개의 마을이 경쟁에 붙었다. 결과적으로 남하면 대야마을이 선정됐고 협의과정에서 군은 일자리 제공, 매점·식당 등 부대시설 운영권 부여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경북 청송군 역시 교도소 유치를 통해 △일자리 증가 △지역경제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고 여성교도소까지 추가 유치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군은 진보면에 수돗물시설 확장 공사를 통해 경북북부교도소에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사업을 통해 여자교도소 유치 등 교정시설 확대와 유동인구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승규 국립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교수는 지방들이 앞다퉈 기피시설을 들이려는 노력에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어나진 않겠지만 해당 시설 유치로 인해 파생되는 낙수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유치경쟁률이 낮은 기피시설을 들이면 연계시설이 같이 들어와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 일자리 정책 효과적이지 못하다?

전라남도 순천 국립대 캠퍼스 내부에 걸린 채용설명회 현수막. 최보금 기자전라남도 순천 국립대 캠퍼스 내부에 걸린 채용설명회 현수막. 최보금 기자
정부는 지속적으로 지방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은 각 지자체에 주민등록을 유지하는 만 39세 미만의 청년을 대상으로 임금, 창업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청년을 채용하면 국비로 임금을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지난 2018년 처음 도입돼 시행됐지만, 2024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에서 실집행률 부진과 타 부처 일자리 사업과의 유사성 등의 사유로 종료가 결정됐다.

단순한 임금 지원으로 지방에 기업설립을 유도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설득력을 갖추지 못하는 사례다.

박승규 교수는 "지방 일자리 부족현상은 심각하다. 질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단언하며 "지자체들은 단순히 질 좋은 일자리가 대기업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그 지방만의 자원을 통해서 수억대 연봉의 일자리로 연계되는 법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정책은 자치단체장을 위한 정책이지, 지역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며 "단적으로 단체장, 고위직 중 해당지역 및 국내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남의 자식이니 이런 정책이 운영된다"며 현재 지방에서 시행하는 청년 사업 지원정책은 청년들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할 만큼의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상희 한국지역개발학회 이사도 "청년사업 지원정책은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역세 기업 단위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청년창업 지원사업이 지방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투자가치적인 측면에서도 기업이 지방으로 가기는 힘든 실정이다. 정용웅 공인중개사(충북 괴산군)는 "개인이나 기업이 지방땅을 매입하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는 땅값보단 처분할때 따르는 어려움이 더 크다"며 "지방에서 사업을 하다가 부득이한 사유로 접어야 할 때 샀던 땅이 각종 규제로 인해 팔리지 않으니 개인이나 기업이나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법인이 아니면 농지 매입도 어렵다면서 "관리지는 계획관리지역, 생산관리지역, 보전관리지역 등으로 나뉘는데, 기업이 선호하는 도로변 지역은 대부분 보존관리지역이라 기업이 들어오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각종 증빙자료 발급, 농지심의위원회 허가 후 매입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절차는 더 번거로워져 심리적으로 지방 땅을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

결국 필요한건 인프라 형성이다

동탄역 주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동탄역 주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수도권과 지방의 일자리 양극화 현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간 취업자 증가분의 절반이 수도권 신도시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9일 발간한 '지역노동시장 양극화와 일자리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23년 수도권 신도시에서 증가한 취업자 수는 15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 증가분 331만 명의 46.8%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취업자 수가 증가한 전국 상위 20개 시군 중에서 12곳이 수도권 신도시였다. 경기도 취업자는 무려 77.2%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에 일자리를 늘리려면 산업 인프라가 형성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승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사람들은 문화, 교육, 주거 인프라를 고려하여 이주를 한다"면서도 "제일 기본은 산업 인프라"임을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젊은 층의 인구가 몰리고 있는 지역의 예시로 '동탄신도시'를 들며 삼성전자를 그 이유로 제시했다. 가까운 수원시, 용인시에 있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의 기업 클러스터가 동탄의 활성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어 "세제 혜택이라든가 산단을 조성할 때 큰 인센티브를 파격적으로 줘서 지방의 산업 인프라를 만드는 방식으로 가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인프라에만 그치지 않고 "산업 거점에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거주환경. 즉 문화·교육 환경이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을 도입해 지방에 이런 인프라를 형성하는 것이 더 좋다고 느낄 수 있게 유도해야한다"고 짚었다.

박인권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지역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생태계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며 "교육, 의료, 문화 등 기초 생활 인프라를 포함한 각 지역 특색에 맞는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수립해 지역 주도의 발전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도 수도권 집중…이명박·박근혜의 '규제 완화' 때문


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이유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수도권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권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정부는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면서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재정 지원을 허용하고 △항만과 공항 배후지 개발제한 완화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경제자유구역내 국내기업 '공장 총량제' 적용 배제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지역 언론 등은 수도권과 지방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지방경제는 붕괴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전남발전연구원에 따르면 전남은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해 생산유발효과가 최소 1조 1천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최소 4191억 원, 취업유발효과 또한 1만여 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실제 지방 소재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유턴하는 사례도 속출했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 전북도에 따르면 5년간 보조금을 받은 전북 이전기업은 101곳이나 됐다.

이에 대해 전북도 내 지차제 관계자들은 "지역경제활성화 보조금을 받은 이전기업이 조례 등에 명시된 5년의 의무기한이 지난 뒤 전북을 떠나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도 기업들의 수도권 이전 행렬에 지자체가 무기력해진 이유가 이명박 정부부터 시작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지자체들은 지역 이전 기업들에게 입지보조금 등을 지원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서 각 지자체들이 금액이 큰 입지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금액이 적은 설비투자보조금으로 지원금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입지 조건이 비슷해졌고, 지방 이전을 했어도 계속 머무를 필요가 없는 구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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