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증시 시황 및 시장 감시 체계 브리핑을 듣고 있는 모습. 이재명 대통령 SNS 캡처한국증시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이재명 효과 때문이다. 대통령이 11일 '주식 투자를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어 대한민국 경제의 선순환을 이끌겠다'는 말을 하면서 만년 저평가의 오명을 쓰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2900선을 돌파하며 3년 여 만에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상승장으로 들어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증시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발목 잡혀 오랜 세월 주가지수 3천선 아래를 맴돌았고 역대 정권들이 주가부양을 약속하며 갖은 처방을 내놔도 정권 출범 당시 반짝 상승할 뿐 좀처럼 추세적 상승장의 모멘텀을 만나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정권을 막론하고 주가지수 5000선을 넘기겠다거나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연기금의 투자확대 같은 처방전을 제시했지만, 시장 상황은 근원적으로 개선되지 못했고 증권시장 본래의 기능인 자본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한계를 보인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대통령 발언은 새정부 자본시장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질 지 보여주지만 시장 참여 주체 가운데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는 주식투자자들 정확히는 소액투자자에게 크게 불리한 시장 시스템을 바로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한 각종 제도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팍팍한 형편에 조금이라도 벌어보겠다고 나선 이른바 개미들의 투자의 결과가 돈을 벌기는 고사하고 원전마저 잃고 마는 일이 지속되다 보니 국내 증시에 투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누군가가 잃으면 다른 누군가는 따는 제로섬의 냉정한 시장논리가 작동하는 것이 자본시장의 본질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신뢰할 수 있는 분명한 시장운영의 원칙과 기준이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누군가 작전세력을 동원, 주가를 잔뜩 부풀린 뒤 차익을 실현했다는 의혹들(반칙이) 심심치 않게 언론지면을 장식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시장의 룰이 분명히 서있다 하더라도 정보력이 곧 수익의 보증수표인 주식시장에서 이익을 내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기관과 개인 간에는 엄연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 또한 대한민국 증시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투자 과정에서 저지른 부정과 비리의 단서가 포착되더라도 범죄사실로 확정되기 까지는 긴긴 시간이 걸린다.
대주주들이 손쉬운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나면 주가하락의 후과는 고스란히 자금력이나 정보력, 시장상황 모든 면에서 약자인 소액주주들이 떠안아야 한다. 공시제도를 통해 증자 사실이 알려지지만 소액주주들에게 실시간으로 그 정보가 전달되는 수단도 미약하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로서의 자본시장 기능이 강조되다 보니 소액주주들이 시장에서 발딛고 설 기반이 그만큼 좁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세계적으로 풀려나간 유동성에 힘입어 글로벌 상승장세가 펼쳐지자 국내 개미투자자들의 엑소더스가 거세게 일어난 건 소액주주에게 보장된 기회의 총량이 국내증시 대비 미장이 월등히 높다는 믿음이 작용한 결과에 다름아니다.
기업을 운영해 이자비용도 마련하지 못하는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넘쳐나고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1류기업들 마저 글로벌시장에서 휘청이는 상황에서 기업투자의 가장 큰 재원인 증시투자마저 끝없이 해외 수익처를 쫓아간다면 한국경제는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제경제기구들은 한국의 성장률을 0%~1%초반대로 앞다퉈 낮추고 있고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과거 '잃어버린 10년'에 견춰 한국경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투자는 수익의 원천이다. 우리사회에서 제도적으로 그 투자가 이뤄지는 장소는 주식시장이다. 주식시장의 자본투자가 물흐르듯 기업으로 흘러가 영업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이 국민경제 주체들에게 골고루 퍼져나가는 선순환구조가 작동될 때 경제에 활력이 돌게 된다.
취임 첫 외부일정으로 자본시장을 택해 개혁의지를 드러내며 방향성의 일단을 제시한 건 시장경제의 본질을 꿰는 조치로서 시의적절했고 국민들에게 커다란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미중 글로벌 양 강의 각축과 기술패권 경쟁으로 우리 기업들의 설자리는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다.
제대로 된 균형잡힌 자본시장제도를 정비하고 투자재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증시를 돌아볼 만큼 탄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5년 경제를 좌우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부를 키울 마중물이다. 이번 만은 제대로 시장을 개혁하겠다는 약속이 공허한 말잔치로 끝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