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시위 현장. 연합뉴스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LA시위'가 10일(현지시간) 다소 누그러진 가운데, 현지 교민들은 여전히 생업에 큰 지장이 있다며 불편함과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LA다운타운에 위치한 한 재활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박연숙(75)씨는 현재 샌디에이고 친척집에 머물고 있다.
박씨는 "뉴스에서 '무슨 일이 터졌다'고 하면서 불타는 차량들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겁부터 덜컥 났다"며 "일단 재활센터가 봉쇄돼 자원봉사를 할 수 없게 돼서, 이참에 남편과 함께 샌디에이고 친척집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샌디에이고는 LA에서 차로 2시간 거리밖에 안되는데다 멕시코계 이민자들이 굉장히 많은 곳이어서 여기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LA를 벗어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LA 도심 전경. 연합뉴스박씨는 "LA 한인타운에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유학생들도 꽤 되는데, 그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걱정된다"고도 했다.
컬버시티에서 케이터링 업체를 운영중인 김연희(65)씨는 "여기는 요즘 24시간 내내 뉴스에서 도심 시위를 보도한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주문이 들어올리도 없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학교 졸업식에도 이민단속국(ICE)이 들어가서 학부모들을 끌어냈다는 얘기들이 돌아다닌다"며 "군대까지 불러 폭주기관차처럼 밀어붙이니까 반대 시위도 더 격렬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LA한인타운 뿐만 아니라 리틀도쿄, 차이나타운도 완전 문닫고 있다"며 "한인회에서는 '가급적 외출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고 덩달아 자영업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LA 외곽에 살고 있는 최성운씨는 "지금 LA도심은 엉망이지만, 격렬했던 시위가 조금은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과거 LA폭동 때와 같이 한인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때도 우리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나중에는 타깃이 됐다"며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LA한인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SNS에 1992년 LA폭동 사태 당시의 한인 자경단 사진을 올린 것에 대해 전날 "한인들의 지난 트라우마를 어떤 목적으로든 절대로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트럼프 주니어는 이번 LA시위를 과거 LA폭동과 다름없다는 논리를 부각시키려고 한인 자경단 사진을 올린 것으로 보이지만,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LA 시위 현장. 연합뉴스이번 LA시위는 이날로 닷새째를 맞는 가운데, 시위대의 도심 방화 등 소요 사태는 다소 누그러진 양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LA에서 위험이 제거될 때까지 주방위군이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전날 최소 12명이 경찰에 체포돼 지난 7~8일 각각 29명, 21명 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주방위군 4천명과 해병대 700명까지 LA로 집결시켜 시위대 단속을 간접지원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한편 'LA시위'로 촉발된 불법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는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전국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립 250주년 열병식 행사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퍼레이드에서 시위를 했다가는 엄중한 무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