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 정말 도입될까?…새 정부 노동정책 향방은[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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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 깔아봅니다.

10년 넘게 기다리고도 尹 몽니로 불발된 노란봉투법, 이제는 통과될까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엔 여야 모두 공감대 이뤄
당장 경기 불황 속 노사 모두 절박한 2026년도 최저임금 수준도 주목돼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보호망 강화·주4.5일제 등 노동시간 단축 등도 주요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으로의 정권 교체로 정부의 노동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곧 확정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부터, 이미 국회 문턱을 넘었던 '노란봉투법'이나 여야 모두 동의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등에도 진전이 기대된다.

다만 1%대 초저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경영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입체적이고 중장기적인 노동 개혁 계획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시절 노정관계는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을 '분쇄'한 윤석열 정부는 3대 개혁의 선두주자로 '노동개혁'을 내걸고 노동시간 유연화나 노조 회계공시 강제 등 노사법치주의 확립 등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이는 번번이 주69시간제 논란, '건폭몰이' 논란 등으로 이어지며 노동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무리한 수사로 고(故)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인 끝에 숨졌고,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유혈진압해 사회적 대화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와 대비될 이재명표 노동정책의 신호탄으로 주목받는 법안이 바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서 불필요한 노사 분쟁을 줄이고, 노동자를 향한 무분별한 보복성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2014년 쌍용차 해고자를 돕기 위해 제안된 이후 노동계에서는 10년 넘게 요청해왔던 법으로, 이미 국회 본회의를 넘을 정도로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정책실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한주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지난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노란봉투법' 등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들을 다시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바로 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법 통과 의지를 재확인했다.

여야 모두 동의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도 우선 과제로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확대 범위·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국민의힘도 공약으로 제시했을 정도로 여야가 의견이 모인 상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에 법령 중 일부만 적용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적용범위는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이나 연차공휴일 유급휴가,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주요 규정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1호 명령,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러한 법 개정 사안들은 야당과 경영계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점이 걸림돌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 1만 원,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서둘렀지만, 경기 악화에 부딪히자 곧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던 과거를 되풀이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는 측면이 있고, 사용자의 개념이 바뀌면 기존 원하청 구조 등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문제도 정작 영세사업장의 임금 지불 능력 등을 정부가 보전하는 등 입체적인 정책 패키지가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시간상 정권교체 효과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을 시금석은 2026년도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비록 노·사·공익위원이 모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정부로부터 독립됐다지만, 해마다 정부가 최저임금의 구체적인 목표치를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실제 결과도 이와 유사했던 일이 반복됐을 정도로 정부의 의중이 깊게 반영되고는 했다.

지난달 29일 최임위 제3차 전원회의에서도 노사 양측은 1%대 저성장 국면이라는 같은 조건 아래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유지'와 '영세소상공인의 경영난'을 각자 강조하며 맞부딪힌 가운데, 과연 내년도 최저시급이 얼마나 인상될 것인지 주목된다.

더 나아가 노동계가 요구하는, 도급제 노동자를 필두로 특수고용노동자·플랫폼 종사자·프리랜서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과 경영계의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의도 진전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정년 연장'도 연금 문제와 맞물려 올해 안에 결론을 낼 가능성이 상당하다. 경영계는 기업 인건비 부담과 청년 고용 악영향을 이유로 퇴직 후 재고용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고령 노동자의 소득 절벽 등을 감안한 노동계의 정년 연장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계가 급변하면서 다양하게 나뉜 일하는 사람들을 널리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도 이번 정부에서는 괄목상대할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통령은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 및 플랫폼 종사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터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사측과 분쟁이 발생했을 때 당국은 이들을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니라면 이를 기업이 입증하도록 책임을 맡기는 '근로자 추정 제도', 업무상 재해위험이 높은 자영업자까지 보호하는 '전국민 산재보험제도' 역시 기존 법체계로 보호받지 못하는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망 안으로 넣기 위한 공약들이다.

주4.5일제 추진, 포괄임금제 금지 등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공약들도 시민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다만 궁극적인 목표인 주4일제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고, 주40시간제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현행 노동시간 제도와 격차가 큰데다 단시간 노동의 기준인 주35시간까지 침범할 수 있다. 따라서 공약에서 약속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이 과연 얼마나 빠르게, 충실하게 마련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김성희 교수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일자리 공약이 실종됐다는 점"이라며 "워낙 경기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일자리를 얼마나 확대할 것이라고 말하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겠지만, 시민들의 삶을 보듬기 위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에서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노란봉투법 등의 경우 경영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 자칫하면 안한 것만 못할 수도 있게 된다"며 "정책의 배합도 중요하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뛰어넘는 사회적 논의의 틀을 가동시키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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