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거부'에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의사 집단에 무릎 꿇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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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증원 전으로…'의대생 수업 참여' 전제 조건 미충족했지만
이주호 "수업 참여 망설이는 학생들 위해 결정"
의대생 복귀 불투명…의협 "전적으로 본인 판단"
경실련 "의료계 비뚤어진 믿음 더욱 굳건하게 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부가 끝내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전 규모로 동결했다. 당초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물러서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 대한의학회 등과 함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의대를 운영하는 총장님들과 학장님들은 이미 시작된 의대 교육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2024학년도 입학정원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 대학의 교육을 책임지고 계신 총장님들과 학장님들의 의사를 존중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26학년도에 한해 대학에서 의대 모집인원을 2024학년도 입학정원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복귀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고, 추가적인 복귀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수업 참여' 전제조건…수업 참여율 26% 그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앞서 정부는 지난달 7일 의총협과 의대협회 등의 건의를 받아들여 3월 말까지 학생들의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교육부는 단순히 학생들이 등록하는 것을 넘어서 의대 교육이 정상화할 수준으로 실제 수업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내년 의대 모집인원은 증원된 현재 정원인 5038명이라는 것이다.

전국 의대생 복귀율은 100%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상 전원 복귀를 달성했지만, 전국 40개 의대 7개 학년 수업 참여율은 평균 25.9% 그쳤다. 학년별 수업 참여율은 예과 22.2%, 본과 29% 수준이다.

증원이 되지 않은 서울 소재 의대 수업 참여율은 40%로 평균보다 높았지만, 증원이 많이 된 지역 의대는 22%로 낮았다. 전체 수업 참여율이 50% 이상인 의대는 4곳에 그쳤다.

당초 교육부의 공언대로라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동결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의대생 본과 3·4학년들이 대규모 유급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수업 참여율이 저조해지자 교육부는 의대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났다.

이번에 의대생들이 대규모로 유급된다면 내년에는 3개 학년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트리플링' 문제가 불거진다. 2개 학년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더블링'도 어려운 상황에서 '트리플링'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교육부는 의대 모집인원 동결은 학생들의 복귀를 촉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아쉽게도 학생 복귀 수준은 당초 목표에 비해 아직 미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등록은 완료했으나, 수업 참여를 망설이고 있는 학생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격 양보에도 의대생 복귀는 미지수…의협 "본인 판단"

1일 서울 시내 한 의대의 모습. 류영주 기자1일 서울 시내 한 의대의 모습. 류영주 기자
정부의 양보에도 의대생들이 복귀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만시지탄이나 이제라도 정상으로 돌아가는 한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의대생들의 복귀는) 전적으로 본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런 투쟁의 상황에서 학생들이 본인들 판단하에 (복귀하지 않고) 유급이라도 선택한다고 하면 의협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의대생) 본인이 그런 결정을 한다면 의협은 그 결정을 존중한다. 판단은 전적으로 본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학 측은 이번 결정으로 의대생들이 대다수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종태 의대협회 이사장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년 의대모집 인원 3058명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서 더욱 복귀가 더뎠던 것 같다"며 "이제 불확실성이 제거됨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더 빠른 속도로 복귀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오봉 의총협 공동회장(전북대 총장)은 "4월 말 안에 많은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트리플링'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상담을 통해서 4월 안에 학생들 50% 이상 충분히 돌아올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환자단체 "정부 의료정책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의정갈등을 견디며 추진해 온 의료개혁의 핵심인 의대 증원이 무산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스스로 내건 '전제조건'조차 저버려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는 "'학생 복귀 및 의대 교육 정상화'가 2026년 모집인원 결정에 대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며 "의대생은 등록 후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의사 집단에 무릎을 꿇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정원 동결은 집단행동이면 정부를 이길 수 있다는 의료계의 비뚤어진 믿음을 더욱 굳건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계는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집단행동 수위를 높이며 정치권에 정책 후퇴를 요구할 것"이라며 "의사단체가 반대하더라도 의대 증원을 비롯해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 비급여 관리강화 등 의료개혁 정책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의대 정원과 관련한 모든 정책이 대 국민을 상대로 사기였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의대정원 원점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질환자들은 그동안 참고 견뎌온 고통은 물거품이 됐고 이미 이 사태로 생명을 잃은 분들의 희생만 강요한 정부 관계자들은 책임져야 한다"며 "연합회는 교육부의 태도로 인해 더 이상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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