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법원이 오는 1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에 출석할 때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비공개로 출석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전직 대통령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재판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특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파면 직후 상황임을 감안해 청사 방호와 충돌 방지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법원종합청사를 관리하는 서울고법은 11일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 문제를 들어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할 때 지하 주차장으로 출입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요청할 시 이를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호처는 경호상의 이유로 14일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첫 공판 때 윤 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곧바로 법원 직원용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통상 재판에 출석할 때는 지상 법정 출입구를 통과해 지정된 법정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법원 직원용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면 곧장 법정으로 올라가는 등 외부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경호처의 요청 사항, 법원 자체 보안 관리인력 현황, 공판준비기일 때부터 검찰 측에서 이뤄지던 신변보호조치 상황 등을 토대로 서울법원종합청사 근무 3개 법원의 수석부장, 사무국장, 보안 관리담당자 등의 간담회에서 논의된 방안들을 서울고등법원장(김대웅)이 취합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례적인 결정을 했다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직 대통령이 지하 주차장으로 법정에 출석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파면 이후 20여일 만에 구속영장 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출석했는데, 당시 경호처 경호를 받으며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지상 출입구를 이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2019년 보석으로 석방된 뒤 불구속 재판을 받으러 출석했을 때 지상 출입구를 이용했다.
법원은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첫 공판이자 파면 직후인 상황임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사 방호와 다른 사건 관계인과의 충돌 가능성, 민원인들의 불편과 혼란 등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당일 날 청사 인근에 다수의 집회가 신고돼 있고, 같은 시각에 '채상병 사건' 관련 박정훈 대령의 2심 첫 공판준비기일 등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동선 분리' 결정 배경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앞으로도 이러한 '지하 비공개' 출입 허용을 지속할지에 대해서 추가 검토해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당일 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반 차량의 경내 출입을 금지하고 면밀한 보안 검색을 하는 등 청사 보안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8시부터 14일 밤 12시까지 공용차량 등 필수업무 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의 청사 경내 출입을 전면 금지한다. 법관 등 법원 구성원 역시 승용차 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일부 출입구를 폐쇄하고 출입 시 보안 검색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편 피고인은 공판기일에 출석 의무가 있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직접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과 구속취소 심문 때도 법정에 출석했다. 다만 당시 구속 상태로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들어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지난달 8일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자연인 신분이 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 아크로비스타로 이동한다. 서초동 자택에서 법원 청사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