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4일 서울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오른쪽은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 기재부 제공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현실화, 저성장 전망 등 잇단 경제 악재 속 정치권이 대선 정국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경제당국은 안정·관리에 방점을 둘 전망이다.
정치 불확실성이 걷혔지만 대선까지는 두 달 더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는 만큼, 자본시장 관리와 대외신인도 유지 및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제부처 수장들은 한목소리로 두 달간 경제부처가 원팀이 돼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국회를 향해 이달 내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에 협조해달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尹파면 직후 환율 내렸지만 증시 변동성 여전
기획재정부는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 전(前)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지난 4일 오전 11시 22분으로부터 정확히 6분 뒤, 당일 오후 거시경제금융회의(F4)와 경제관계장관간담회 개최 예정 사실을 공지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3일 새벽 발표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 이후 요동쳤던 원·달러 환율과 증시가 또 한번 롤러코스터를 탈 상황에 대비해 긴급히 시장 안정 메시지를 내놓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이내 오후 2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F4 회의에서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점검한 뒤 "향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가용한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연합뉴스이날 원·달러 환율은 헌재 선고 직후 1435원까지 떨어진 뒤 더 내리며 1434.10원으로 마감해 한 달여 만에 1430원 대로 급락한 반면, 코스피는 선고 직후 잠시 2500선을 회복하는가 싶더니 결국은 전일보다 0.86% 하락한 2465.42에 거래를 마쳤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에도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에는 불안 요인이 여전한 탓이다.
상호관세 부과로 0.8% 성장 전망까지…추경도 '변수'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임이 확인됐고, 적어도 오는 6월 3일까지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치권은 대선정국으로 분주해졌다. 그런 만큼 정부·여당이 그간 발표해온 역동경제 등의 경제 정책 방향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논의도 대선 후로 밀릴 수 있다. 애초 지난해 12·3 내란사태 이후 대선을 염두에 두던 민주당 안팎에서는 '5월 추경'보다 '7월 추경'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는데, 산불 사태 직후 정부가 먼저 '10조 원 필수 추경'을 제안했던 터다.
공공기관들이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국은행 1.5%, 국회예산정책처 1.5%, KDI 1.6%)해온 가운데 미국 상호관세 부과 조치가 확정된 직후 민간 기관에서는 0.8%의 초저성장 전망(씨티, 4월 4일)까지 나왔다.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최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 참석한 경제부처 수장들은 "향후 두 달간 경제부처가 원팀이 되어 우리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가신인도를 사수하는 데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통상환경 대응 △민생경제 회복 △부동산 시장·가계부채 관리 △자본시장 선진화 등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기존에 발표한 10조 원 규모 필수 추경이 이 달 안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최 부총리는 국제 신용평가사와 주요국 재무장관, 주요 국제기구, 글로벌 투자은행 등을 대상으로 서한을 보내 "차기 대통령 선출 전까지 한국의 국가시스템은 헌법과 법률 시스템에 의해 질서있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이며, 우리 경제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대외 신인도 관리에도 유의했다.
한편 최 부총리 탄핵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외환시장의 경우 계엄이 일어났을 때 약 30원 올랐는데 (탄핵 선고 이후) 많이 안정됐다"면서도 "단기적으로 자본시장, 특히 금융시장은 잘 봐야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통상 리스크 대응에 대해서도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서 품목별 업종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추경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요구한 10조 원 중) 3~4조 원 정도가 산불 대응이고, 나머지는 AI(인공지능) 경쟁력 강화 등인데, 5월에 합의해도 7월에 집행된다. 대선 이후는 너무 늦는다"면서 "이번에 추경을 합의해서 7조 정도는 AI에 투자해 빅데이터, 양자컴퓨터 등 첨단산업 부문 고용을 늘리는 등의 정책은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