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시 강동구 명일동에서 땅꺼짐 사고가 일어난지 3일로 10일이 지났다. 정부가 사고를 조사중이지만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지하철 건설공사는 지하계(界)를 상대로 하는 공사라 변수가 많고 따라서 종종 예측 불허의 사고가 나기도 한다.
따라서 시공 전에 시추공을 뚫어 지하 세계를 면밀히 탐색하는 작업이 필수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 1공구 구간 공사를 앞두고도 서울시는 1348m 구간에 시추공 34개를 뚫어서 지층의 구성, 지하수의 흐름, 동공 존재 유무 등을 살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이를 참고해 각 구간별로 그 지하 모양에 맞는 굴착방법과 굴착면 지지방법을 채택해 지난해 12월 말부터 굴착공사를 해왔다.
터널 굴착공사는 하루에 1m씩만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한 공사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사고가 난 지난달 24일 저녁 6시에도 5명의 작업자들은 주간 작업자와 교대해 개착구를 통해 20m 지하로 내려가 야간 작업전 미팅(툴박스 미팅)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날 수행하게 될 과업, 안전 유의사항 등을 공유하며 현장을 살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날은 터널 막창에 물이 스며든 흔적이 관리자의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동안 공사를 하면서 보지 못했던 물 비침 현상이 보였던 것이다.
현장 관리자는 주변 바닥에 물도 고여 있었다고 진술했다.
없던 물이 보였다는 것은 이 지하 구간에서 뭔가 변화가 있다는 뜻이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한 관리자는 긴급히 동료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노동자들이 개착구를 통해 지상으로 나온 순간 막창 부근 땅이 꺼지기 시작했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다.
만약 관리자의 판단이 조금만 늦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발주처인 서울시 모두 구체적인 말은 아끼고 있다.
연합뉴스대우건설은 설계대로 시공했다는 입장이다.
굴착 도중 붕괴 위험을 방지할 목적으로 진행하는 강관다단그라우팅, 침수를 막는 차수그라우팅도 설계안이 제시한대로 작업했다고 한다.
공사 기간 내내 계측기로 측정한 지하수 수위도 변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우건설은 사고 직전 목격된 물 비침 현상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고원인이 지하수의 유입보다는 상수관에서의 물 유입 때문 아니겠느냐고 추정만하고 있을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수관에서 세어 나온 물이 토사와 섞이면서 하중이 늘어나, 그 압력에 가장 취약한 터널 막장 부근이 터지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또 사고지점 인근에서 진행됐던 서울~포천 고속도로 지하 구간 공사가 상수관 파열에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을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지하계의 움직임은 터널 굴착공사장에 설치된 CCTV가 강력한 증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 관계자는 "안타깝게도 터널 막장 안쪽 면을 비추고 있던 CCTV가 사고발생 사흘 전에 고장이 난 상태임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발주처인 서울시 관계자는 "한 두 가지 원인으로만 사고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가 감리단의 감독하에 설계대로 공사를 진행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당초 공사를 설계한 상황대로 지하계가 유지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이 지하수 흐름을 변화시켰거나, 그로 인한 새로운 동공 생성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에따라 대우건설 측에 곧바로 책임을 묻지않고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