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명태균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더욱 막힐 것 같던 정국에 물꼬가 트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연금개혁 협상 과정에서 소득대체율 43%라는 국민의힘 측 제안을 전격 수락하면서다.
다음 과제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아직은 여야 이견이 크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민생 행보'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민주 '소득대체율 43% 전격 수용'…물꼬 트인 추경 협상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왼쪽)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최 권한대행은 14일 오전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수사 대상 및 범위가 너무나 불명확하고 방대하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 이유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등을 사유로 민주당이 최 권한대행의 탄핵까지 검토하는 상황인 탓에 여야 정국 대치 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불과 1시간쯤 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연금 모수개혁 과정에서 국가지급보장 명문화, 출산·군복무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3가지 사항을 국민의힘이 최종 수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소득대체율 43%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큰 소득 없이 중단됐던 국정협의체 회의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다음 주부터 여야정 실무협의체에서 추경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관련 질문에 "곧 진행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정협의회는 추경 논의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 여건에서 적절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민주당이 전날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상설특검 요구안을 처리하지 않고 상법 개정안만 처리한 것도 여야의 협상 공간을 넓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추경 협상 재개되지만 이견 여전…자동조정장치도 간극 커
다만 이번 모수개혁 공감대 형성이 여야 간 각종 현안에 대한 협상을 재개하도록 하는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시급한 과제로 손꼽히는 추경 합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예산 확보와 시행 범위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의견 차이가 크다. 민주당은 지역화폐 등을 활용한 민생 지원금 지급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35조원 규모의 이른바 '슈퍼 추경'을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지원에 방점을 두면서 규모도 15조원 정도로 추진하자고 주장한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정부여당은 양보는 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와 실질적인 내용 면에서는 비슷한 정책을 수용하고 있다"며 "중소 상공인에게 100만원 바우처를 지급하고, 특정 소득계층 이하에 25만원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등 방안은 모두 민주당이 '뭐라도 지급하자'고 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달하는 방식이 지역화폐 방식이 되면 훨씬 더 지역 골목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이념 때문이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도구로서, 유용하느냐 아니냐는 차후 논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수용하기로 한 연금개혁안 또한 '자동조정장치'를 둘러싸고 이견이 여전하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일단 "국정협의체 회의를 할 때 분명히 이야기가 됐던 부분"이라며 "이번에 말고, 다음 연금개혁 특위에서 논의하면 된다고 민주당이 먼저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든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해 도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반면 조 수석대변인은 "그간의 협상 과정에서 나왔던 여러 가지 것들(논의)은 의미가 없이 원점에서, 구조개혁의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자동조정장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탄핵심판 결과도 변수…정국 급랭시 협상 어려워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또 하나의 변수는 다음 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이 심판을 받았다는 기치를 내걸고 그 동안 거부권 행사로 인해 가로막혔던 각종 특검법 등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대통령이 내란·외환 혐의로 형을 확정받으면 소속 정당이 정당해산심판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당이 조직적으로 국헌 문란 행위에 가담했다면 정당 해산 사유인 위헌정당이라는 것이 판례"라고 말한 바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즉시 조기 대선이 시작되는 만큼, 차기 대권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원내 협상 또한 이 같은 기류로 인해 쉽지 않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도 여야 간 갈등으로 인해 정국이 급랭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그간 야권의 공세가 모두 잘못됐다며 각종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헌재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의석수를 바탕으로 한 정부·여당 견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