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핵심 도구였던 軍…폭로와 침묵 '두 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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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심판의 날이 임박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그날 밤 비상계엄은 모두에게 '악몽'으로 각인됐다. 12·3 내란 사태의 시작부터 치열했던 헌재 변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쟁점들이 떠올랐다. 그 과정에 '오명'으로 남을 헌정사 최초의 기록들은 수두룩 쓰여졌다.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기억해야 할 주요 장면들을 되짚어본다.

[임박한 尹 심판의 날]③기억해야 할 장면들
尹에게 비상계엄의 핵심 도구로 쓰인 軍
"끌어내라 정확히 국회의원" 폭로에도
핵심 수뇌부들은 여전히 尹옹호, 묵묵부답
일선 지휘관 조성현 단장 "저는 의인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 류영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 류영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내란 수괴' 尹이 쓴 불명예 기록들…수두룩한 '헌정 최초'
②'미리 알았다면'…수상쩍었던 尹, 물밑엔 비상계엄 준비
③비상계엄 핵심 도구였던 軍…폭로와 침묵 '두 동강'
(계속)

윤석열 대통령은 군(軍)을 비상계엄의 핵심 도구로 썼다.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 밤 군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보내졌다. 정예 요원으로 편성된 707부대는 국회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진입했다. 국회로 출동한 군 병력은 특수전사령부 466명, 수도방위사령부 212명으로 모두 678명이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시작되자 군복을 입은 군 장성들은 줄줄이 탄핵 심판정에 불려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 파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이들의 심판정 증언은 '국회의원을 끌어내란 지시가 있었다'는 작심 폭로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묵묵부답'으로 엇갈렸다.
 

사령관은 '끌어내라' 지시 있었다…부하는 "없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라고 말했다고 지난달 6일 심판정에 나와 증언했다.
 
그는 '의결 정족수'란 말을 근거로 '인원'을 당시 본회의장 내부 국회의원들로 이해했다며,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은 국회의원이 맞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국회 봉쇄와 이를 통한 계엄 해제 방해를 지시 받았단 취지다. 윤 대통령이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라고 한 발언도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흔들기 위한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김현태 707 전 특임단장은 헌재에서 '끌어내란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지시가 없었고 제가 기억하기에는 있었다고 한들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이 4일 오전 0시 36분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는 식으로 말했다"라고는 했지만, 국회의원을 가리키는 숫자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 전 단장이 이끈 침투조는 그날 불 켜진 방 유리창을 깨고 의원들이 모인 국회의사당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지난해 12월 9일 기자회견에서는 눈물을 보이며 "국회의원들이 모이고 있단다.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단다. 막아라. 안되면 들어가서 끌어낼 수 있겠냐. 이런 뉘앙스였다"며 다른 증언을 했다. 

김 전 단장은 헌재 증언 이후인 지난달 28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단장이 본회의장 진입과 전기 차단을 시도하고, 추가로 침투한 병력 101명에게 의사당 봉쇄에 가세하도록 지휘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 전 단장은 일부 대원들로 하여금 청테이프로 국회 출입문 손잡이를 휘감아 고정시키고 문 앞을 지키게 하는 방법으로 외부 진입을 차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답변 제한된다" 입 닫은 장군들, 목소리 커진 尹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체포조 운용 혐의를 받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지난달 4일 증인석에 섰지만, 형사 재판을 이유로 들며 입을 닫았다. "답변하기 제한된다"는 말로 일관하던 이 전 사령관은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인지 인지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는 "군 통수권자이신 대통령님이, 개인적으로 알기론 검찰총장님까지 하셔서 법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아마 전문가 아니신가 하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내용은 다르다. 이 전 사령관이 대통령으로부터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를 받았다는 게 수사 내용이다. 또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는 지시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사령관은 또 대통령이 국회 진입을 독촉하자 "못 들어가는데 왜 자꾸 그러십니까"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같은 '충암고' 출신인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헌재에서의 진술이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입을 닫았다. 다만 비상계엄 그날을 재구성할 단서도 남겼다. 여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과 통화를 해 특정 명단에 대한 위치 파악 요청을 한 기억은 있다고 진술했다.
 
5차 변론기일에서 장성들이 입을 닫자, 윤 대통령의 기세는 더 등등해졌다. 윤 대통령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호수 위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조성현 "의인 아닙니다"…"군대를 사병(私兵)으로 전락"

지난 2월 5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현장조사 청문회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증인들이 불출석한 채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지난 2월 5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현장조사 청문회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증인들이 불출석한 채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일선 지휘관들의 용감한 증언은 주요 군 수뇌부들의 '침묵'과는 달랐다.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지난달 13일 심판정 출석해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에 진입해 국회의원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았다고 증언했다. "내부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란 지시를 받고 당황했다는 조 단장은 사령관에게 재고를 요청했다. 아울러 국회로 넘어오는 후속부대가 서강대교 북단을 넘지 않도록 지시했다.
 
윤 대통령 측은 흔들림 없이 증언을 이어 가던 조 단장을 향해 "의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비꼬기도 했지만, 증언을 바꾸지도, 퇴색시키지도 못했다.
 
일선 지휘관의 증언과 달리 국방부를 총괄하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심판정 증인으로 나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한 게 아닌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게 아니었냐는 대통령 측 질문에 맞장구치기에 급급했다. 급기야는 국회 '봉쇄'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회를 틀어막으려 했다면 최소 7천 명의 병력이 필요했을 거라고 주장했다.
 
'국회 침탈과 무력화 시도'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 경내 군과 경찰이 투입된 것을 두고 '질서유지'라고 강변하지만, 국회 측은 비상계엄 선포 시 유일한 통제 기관인 국회에 병력을 침입시킨 행위 자체가 위헌·위법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주요 정치인 체포와 구금 시도도 이 쟁점에서 뻗어 나왔다.
 
군인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은 다친 이도 없는 그날의 상황을 국회 측이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국회 측은 지난달 25일 최종 변론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87년 헌법 이후 40년 가까이 지켜온 문민 통제와 국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정면으로 훼손했다"며 "국민을 위한 군대를 개인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된 사병(私兵)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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