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벼랑 끝에 섰다. 기업회생 절차 돌입한 뒤 신용 등급이 재차 하락하고, 일부 제휴처에선 홈플러스 상품권 결제가 막히는 등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홈플러스는 해당 절차가 단기 금융 부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방적 결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 '손바뀜' 이후 인수 차입금 상환의 덫에 걸려 유통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는 등 장기적인 문제가 누적됐다는 비판은 커지고 있다.
"단기 자금 부담 선제적 경감"…대규모 차입금 상환 발목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11시간 만에 절차 개시와 함께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 결정을 내렸다.
기업회생절차는 채무자나 기업이 주주나 채권자 등에 대해 채무를 일정 부분 변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다만, 홈플러스의 경우 별도 관리인 선임 없이 현재의 공동대표 체제가 유지된다.
법원의 결정 배경엔 지난달 말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하면서 자금 상환 부담이 커진 점이 있다. A3- 이하 등급의 기업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 제공이에 대해 홈플러스의 지분을 100% 갖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향후 잠재적 단기 자금 부담을 선제적으로 경감해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생절차 개시에 따라 홈플러스의 약 2조 원에 달하는 금융채권(리스부채 제외)은 일단 상환이 유예됐다.
하지만 위기의 근저엔 시장 구조 변화와 관련한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지난 2015년 MBK 파트너스 측은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캐나다공무원연금, 테마섹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 2천억 원에 홈플러스를 사들였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가 가속화한 온라인으로의 유통 채널 변화가 겹치면서 이자 등 인수 차입금 부담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측은 이후 주요 알짜 점포 등 자산을 팔기 시작했지만, 2021년부터는 연평균 2천억 원대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6년 파주운산점을 연 뒤 신규 출점한 점포가 없는 등 투자도 더뎠던 점도 위기 극복을 어렵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애초에 인수대금의 규모가 지나치게 컸던 데다 MBK 측이 당시 수조 원을 금융으로 융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업손실이 연 2천억 원에 가까우니 손실이 상당했을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코로나19와 함께 사람들의 상품 구입 패턴이 바뀌고 C커머스까지 들이닥쳤는데,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0년이 넘은 대형마트 의무 휴업 등 규제가 또한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2012년 전통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 영업시간 제한(새벽배송 제한)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시장 변화와 규제 사이 길 잃은 사이…불붙은 시장 불안 심리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황진환 기자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 대형마트와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은 평상시와 같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 당일 단기 신용 등급이 가장 낮은 'D'까지 떨어졌고, 이후 일부 제휴처에선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고 나서면서 문제는 급속하게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용등급 하락에 관해 "금융채무의 적기 상환이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제휴처에서 상품권 거래가 막힌 것 역시 기업회생 절차에 나선 홈플러스 상품권으로 결제된 금액 회수가 지연되는 등 문제를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따른 시장의 불안 심리도 심화되고 있다.
한편, 금융권의 홈플러스 관련 익스포저(대출·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는 1조 4천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 중 메리츠금융그룹의 익스포저가 1조 2천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쇄적인 손실 위험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회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상거래채권과 관련된 업체의 운영이 어떤지 눈여겨보고, 거래업체의 대금 정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