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송호재 기자
경찰의 부산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이 교사를 상습적으로 불법 촬영하고 이를 공유한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물반포등) 혐의로 부산 A고등학교 재학생 B군 등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학교 측으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아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시작했다. 특히 다수의 불법 촬영물이 발견되고 이를 공유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사건을 일선 경찰서에서 부산청으로 이송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먼저 불법촬영물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불법 촬영에 이용한 휴대전화를 분석하고 피해자와 피의자를 특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를 확보하고 관련자들을 확인하는 대로 피의자 조사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다. 휴대전화 분석 등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관계자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A고등학교 측과 경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 재학생 B군 등 3명은 지난해 말까지 1년 동안 교사의 신체 부위를 상습적으로 몰래 촬영했다. 치마를 입고 온 여교사를 대상으로 삼은 뒤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며 시선을 끌고 그 사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신체 부위 등을 불법 촬영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이들의 행각은 지난해 11월 B군이 불법 촬영을 시도하는 것을 한 교사가 적발하면서 드러났다. B군의 휴대전화에서는 300장이 넘는 불법 촬영물이 발견됐다. 영상 중에는 교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책상을 뒤지거나, 심지어 여교사의 생리대를 촬영한 장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지금까지 교사 8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했다. 직접 촬영을 하지 않았지만 B군 등에게 촬영물을 공유받은 학생도 4명가량 더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심각한 범죄라고 판단한 학교는 교육청에도 이 사실을 알렸고, 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B군 등 3명에게 강제 전학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C교사 등 피해자들은 이들이 이미 대학에 합격했고 특히 일부 학생은 명문대에 진학을 확정한 이후라 전학 조치는 큰 의미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피해교사 C씨는 "학교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피해 교사가 더 있었고, 휴대전화에서는 촬영물도 발견됐다. 지속적으로 불법 촬영을 해 온 것"이라며 "대학 진학이 확정된 상황에서 전학 조치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징계"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