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연합뉴스대통령실은 거야(巨野)의 '쌍끌이 공세'에 정면 대응하면서 정부 후반기 핵심 국정 목표인 '양극화 타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 상설특검 규칙 개정에 대해선 '반(反) 헌법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양곡관리법 등 법안 강행 처리에는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시사했다.
불합리한 공격에 적극 방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전을 펴는 동시에, 정쟁에 골몰하는 야당과 달리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게 용산의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지역을 찾아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등 '양극화' 타개를 위한 첫 현장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령실, 野 감사원장 탄핵·단독 법안·상설특검에 "반헌법적"
대통령실은 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 △상설특검 규칙 개정 △양곡관리법 등 법안 단독 처리 △검사 탄핵 추진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 등 전방위 공세에 직면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 이후 대여 공격 수위를 한층 높인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야당 공세의 위헌적 성격과 불합리성을 부각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감사원장 탄핵에 대해선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로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고, 상설특검 규칙 개정에는 "수사와 기소를 독점해 자신만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검사 탄핵 추진과 관련해선 이재명 대표 '방탄'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야당의 행보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강조하고 있다. 감사원장 탄핵으로 감사 기능이 마비돼 정부 기관 업무가 방만해지거나, 검사 탄핵으로 민생 사건 수사 등이 지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쌀 공급 과잉을 고착화 시키고 장기적으로 가격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발언하는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 연합뉴스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야당은 민생을 철저히 외면한 채 전대미문의 입법 폭주와 탄핵 난발로 국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야당을 국민 여러분께서 엄중히 심판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여론전' 뿐만 아니라 '방어 카드'도 마련돼 있다는 시각이다.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총 7명으로 이뤄지는 상설특검 후보추천위 구성에서 여당 추천 몫 2명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별도 특검법 제정이 필요 없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기에 야당 입장에선 '묘수'라는 해석이 나왔다.
후보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추천일로부터 3일 이내에 1명을 상설특검으로 임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기류다. 임명하지 않았을 때 대안이나 처벌 조항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여당에서 진행할 권한쟁의심판과 헌법 소원 등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백하게 위헌, 위법적인 법안이기 때문에 똑같이 대응할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작년 4월 취임 후 처음으로 야당이 단독 강행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법안은 국회에서 폐기됐다. 당시 법안과 같이 이번 법안도 정부의 재정 부담과 쌀 수급 불안을 가져온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야당이 단독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예산안 처리 기한을 지키지 않겠다는 '반헌법적' 내용이 담겼다고 보고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물론 만만치 않은 난관도 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헌법재판소 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되고, 원장 등 7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의결 구도가 3대 3으로 재편된다. 주요 감사 의결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원장 권한대행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조은석 감사위원이 맡게 되고 조 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역시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인회 위원이 이어받게 된다.
예산 부분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4조 원 감액해 처리했다. 야당 단독 처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입법폭주에 이은 예산폭주로, 민생을 외면한 다수의 횡포"라고 비판했지만 별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처리된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야당 단독으로 강행할 수 있다.
尹, '양극화 타개' 첫 현장 행보…민생 경제 활력 총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공동취재단여권에서는 국정 상황을 반전 시킬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무죄로 한숨을 돌렸지만 선거법 위반 항소심과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 재판이 남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부 반등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 신호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11월 3주 전국지표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26%로, 취임 후 최저치(19%)를 기록했던 2주 전 조사보다 8%p(포인트) 올랐다. 다만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19%로 3주 만에 다시 10%대로 내려갔다.
대통령실은 지지율을 엄정하게 보고 국민의 신임을 얻을 수 있도록 민생, 양극화 타개에 집중해서 정책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생 경제' 혹평에 응답하는 측면도 있다. 갤럽 조사에서 부정평가 항목 1위는 '경제·민생·물가'(15%)로 앞서 6주 연속 1위였던 김건희 여사 문제(12%)를 제쳤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과 성과에 대해 긍정 평가는 29.3%, 부정 평가는 65.7%로 조사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은 최근 양극화 타개와 관련 "대통령실이나 관계 부처가 책상에 앉아 있지 말고 자영업자·소상공인, 청년층 등 이해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두루 청취하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전 부처가 팔을 걷어붙이는 분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경기가 회복 추세이기는 하나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이를 뚜렷하게 체감하기 위해서는 '양극화 해소'가 긴요한 상황"이라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내년도 업무 계획에 포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달 초 지역을 찾아 민생 토론회 형태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기 후반기 첫 민생 토론회이자, 핵심 목표인 양극화 타개를 내세운 이후 첫 현장 행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극화' 타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발굴과 현장 행보 등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