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전국 대학 곳곳에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525명도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28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다"며 "서울대 교내 곳곳에 나붙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성의 전당, 그 명예로운 역사의 흔적을 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공직자들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시국선언문에는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들은 "진상 규명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연히 민주주의가 사회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 절차이자 과정이지만 국민이 마주한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뻔뻔한 얼굴과 그들이 내뱉는 궤변 뿐"이라며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들을 비호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무고한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대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민간주도성장 등 정부 정책에 관한 문제도 지적하며 "민생 경제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며, 대통령은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대 박물관에서 서울대 교수·연구진이 시국선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시국선언 참여자들은 "정부의 실정보다 더 심각한 건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일상의 차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기구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제도와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다"며 "검사 출신 대통령과 권력의 비호에 앞장서는 검찰로 인해 국민들은 더 이상 사정기관과 사법기관의 공정성과 정의를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언론 기능에 대해서도 "이제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이 사라졌다"면서 "그나마 제 역할을 하려는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정부, 여당과 일부 사회단체의 고소와 고발이 늘 따라다닌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인권과 언론 자유를 지켜야 할 감시 기구에 반인권적 행태와 언론 탄압을 자행해 온 인사를 임명하는 작태가 현실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그의 사퇴는 필연적이다. 거부권은 결코 대통령의 특권이 아니다. 이제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한다.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다"며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권력의 자의적 남용,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천대학교 교수 노조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전남대학교, 충남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아주대학교, 남서울대학교,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경희대학교, 국민대학교, 중앙대학교,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 교수·연구자 네트워크 등에서 시국선언이 나왔다.
국립안동대학교, 대구대학교, 경북대학교 교수와 연구자를 비롯해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방송통신대 교수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하면서 대학가에선 윤 대통령 비판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기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