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야는 2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24일 발생한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 사태에 대해 외교부를 질타했다. 야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 준 정부 합의 자체가 잘못됐고 일본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며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여당은 "일본이 물컵을 오히려 엎지른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진정성 문제를 주로 겨냥했다.
외통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일본이 약속을 이행할 것을 믿고, 물에 반 컵을 채우면 일본이 할 것이다, 책임지겠다고 발언했는데 결국 이 사달이 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속을 이행하든 안 하든 구두로라도 약속을 하면 사도광산과 관련해 유네스코 등재를 합의해 주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니 덮고 넘어가자고 결정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일본에서 사도광산 추도사 원문을 외교부에 언제 제출했느냐"고 물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행사 이틀 전(22일)"이라며 추도사의 내용을 계속 협의했지만, 최종안은 이틀 전에야 입수가 됐고, 우리 정부의 참여 여부도 그 후에 결정이 됐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지난 23일 언론 공지를 통해 행사 불참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불참 이유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전력이 있다고 알려졌던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 때문이라는 추론이 나오자, 이틀 뒤인 25일에는 "정부가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한 데에는 일본 측 추도사 내용 등 추도식 관련 사항이 당초 사도광산 등재시 합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배 전력이 아니라, 추도사 내용이 문제가 됐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 의원은 "20일에서 25일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추도식에 불참하는 것에 대해 메시지, 해명, 이해 그리고 설명이 전혀 없었다"며 "5일 동안이나 언론에 알려지지 않고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아서 늑장 대응을 했고 굴욕 외교를 했다, 저자세로 대응했다는 여론이 격화됐다"고 비판했다. 조 장관은 이에 대해 "늑장 대응이라기보다 끝까지 합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바람에 마지막 순간까지 갔다"고 답했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은 외교부가 관련 진행 상황을 야당 의원들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물었고, 조 장관은 "민감성에 따라 좀 다르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민감하기 때문에 야당 의원에겐 보고하면 안 된다는 말은 굉장히 당황스럽다. 협상을 안 하느니만 못할 만큼의 치욕적인 외교 참사인데,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조 장관은 "어떠한 책임이라도 지겠다"며 '직에 대한 책임도 포함인가, 스스로가 의사를 밝히는 것도 있다'는 질문에 "(대통령이) 판단해서 하실 것이다. 책임을 통감하겠다는 말 속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외교관 출신인 홍기원 의원은 "향후 일본이 내년에 추도사를 할 때도 강제동원 관련 문구를 넣을 가능성이 사실상 없지 않느냐, '내년에 잘되도록 하겠다'고 노력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을 기만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일본과 관계 개선, 증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입장을 명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내부적으로 의논을 해 보도록 하겠다"면서도 홍 의원의 '과거사 문제 입장' 지적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2015년 군함도 등재와 비교해서 '그 때는 외상이었지만, 이번에는 현찰을 받았다'고까지 이야기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냐"며 "22일 오후 9시에 일본 요구를 수용한다고 했는데, 그 시점에서 추도사를 포함해 어떤 것을 얘기할 것인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결정 주체가 장관님이 아니라는 의심이 강력하게 든다"고 강조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도광산 문제와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에 조 장관은 "부도수표가 된 측면이 있다. 내용이 그렇게까지 (심각)할지는 생각을 못 했다"면서도 "(22일 오후 9시에 낸 입장은) 일본 정무관이 추도식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지, 우리가 참여한다는 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제가 결정을 했고, 결정한 것을 보고드렸다"고 부인했다.
김 의원은 다시 "장관님이 대통령실의 꼬리 자르기에 희생될 것 같아서 참혹함을 느낀다"고 물었는데, 조 장관이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대꾸하자 "사퇴 안 하시나, 그전부터 저만 이야기하면 이런 반응이 나오나"고 따졌다. 조 장관은 "방금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겠다"며 물러섰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등재에 동의했을 때 강제징용(강제동원)의 전체 역사를 기재하고, 전시물 설치와 추도식이 제대로 진행됐느냐"며 "이쿠이나 정무관의 인사말을 보면 '한반도에서 온 조선인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적혀 있는데, 이게 추도사인가, 진심이 담겨 있나"라고 질타했다.
조 장관은 "100% 되지도 않았고, 추도사 내용은 저희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전시 또한 강제노동보다는 가혹한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렇지(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고 봤기 때문에 불참 결정을 했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은 "우리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물컵의 반을 채웠으니 일본 측에서 반을 채워 달라고 했는데, 반을 채우기는커녕 오히려 엎질러 버렸다"고 재차 비판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우리 조선인을 강제노동으로 끌고 갔다는 일본의 외교적 발언을 이끌어낸 것은 외교 성과였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 일본의 맹성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장관은 "유네스코 측에는 공공문화외교국 심의관이 유네스코 대사와 함께 만나서 이 문제에 관한 경과를 설명해 주고 우리의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며 "이미 액션을 취한 상태고 앞으로 추가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계속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기웅 의원도 "(일본이)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킨 것에 대해서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와줘야 된다"며 "일본의 잘못된 행동을 열심히 알려서 일본에게 큰 국제적 압력이 가해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에서 한국 정부 대표자와 관계자들의 자리가 비어있다. 연합뉴스조 장관은 이날 현안질의에 앞서 진행된 보고에서 "서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한 일본과의 협의에서 우리 주장을 관철시키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 추도식 불참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 데 대해 외교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추도식 불참 결정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이쿠이나 정무관의 과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에 대한 교도통신 보도는 불참 결정 고려 요인 중 하나였지만, 이 보도가 없었어도 불참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일본이 진정성 있는 추도식을 개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해 나가겠다"며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관련 일본의 후속조치에 관한 경과보고서가 내년에 유엔에 제출되도록 돼 있는 만큼, 정부는 유네스코 틀 내에서 일본이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이행하는지 여부를 지속 점검하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