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D양이 학대를 당한 기쁜소식선교회 소속 인천 교회 모습. 주영민 기자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을 장기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단 기쁜소식선교회의 그라시아스 합창단장과 단원, 신도 등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학대 하면서 '급소·매질' 등 검색…치매환자용 결박 밴드로 묶어"

검찰은 25일 인천지법 형사13부(장우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중감금,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기쁜소식선교회 교주의 딸이자 그라시아스 합창단장 A(52·여)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공범인 교회 신도 B(54·여)씨와 합창단원 C(41·여)씨에게는 각각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기소된 피해자의 어머니(52)에게도 징역 5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A씨 등은 피해자가 대소변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음식물을 먹을 수 없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중한 학대를 지속했다"며 "또 피해자를 사탄, 귀신, 정신병자라고 불렀고 결국 피해자는 사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A씨는 자신을 맹종하는 B씨 등에게 모든 범행을 보고 받고 지시해 피해자 사망에 가장 큰 책임이 있으나 책임을 면하려고 거짓 진술을 계속하고 있다"며 "범행을 반성하거나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기보다는 C씨 등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차량 점검 등 개인 생활에 관련한 것도 허락을 구할 만큼 A씨의 지시를 맹종하면서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학대했다"며 "현재도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거짓 진술을 반복하면서 이미 사망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자녀가 사망했는데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죄책을 가볍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볼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피의자들은 피해자를 학대하면서 몸의 급소나 정신병원 매질을 검색했으며, 치매환자용 결박 밴드를 구매해 피의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했다"며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계획적, 조직적, 반복적으로 범행했고 학대 정도도 매우 중하다"고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 혐의로 구속기소된 기쁜소식선교회 신도 B(54·여)씨가 지난 5월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변호인 "검찰 주장, 잘못된 부검감정서 기반" 혐의 전면 부인

그러나 A씨 등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학대할 동기가 없었고 오히려 어떤 대가도 없이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며 "(피해자를 결박한 부분도) 학대 의도는 전혀 없었고 자해 등 더 큰 위험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감금한 사실도 없고 피해자도 교회에서 자신의 의지로 머물렀다"며 "피해자는 교회에서 또래 아이들과 음식을 나눠 먹는 등 즐겁게 지냈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교회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A씨는 B씨 등에게 지시할 절대적인 권한이나 지위가 없어 검찰의 공동정범이라는 주장은 관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피해자의 유족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고 있고 합창단이 권위 있는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면서 국위를 선양하고 좋은 음악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의 주장은 피해자가 결박됐다는 전제로 이뤄진 부검감정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대 피해 이미지.

피의자들 "피해자 위하고 사랑하고 보살폈다…공소사실은 소설"

이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재판장님의 지혜로운 판결을 기다린다"고 했고, B씨와 C씨 등은 "공소사실이 모두 어느 한 곳 진실이 없는 한 편의 소설같았다"며 "B씨와 함께 피해자를 위하고 사랑하고 보살핀 것이 진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검찰이 주장하는 아동학대나 감금이 없었음을 재판 과정을 통해 확신할 수 있었다"며 "딸을 아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 준 피의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야 저도 피해자도 평안하리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선고 공판은 다음 달 6일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기쁜소식선교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화면 캡처. 이 영상은 기쁜소식선교회가 운영하는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지난해 7월 8일 강원도 평창에서 연 공연 모습이다. 빨간 원이 D양. 

교회·합창단 "피해자 이름도 몰랐다" 발뺌하다 거짓말 들통나기도

A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 15일까지 기쁜소식선교회 인천 지역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D(18)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D양에게 성경 필사를 강요하거나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까지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게 했다. D양은 계속된 학대로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음식물도 전혀 섭취할 수 없게 됐으나, A씨 등은 D양의 몸을 묶는 등 가혹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D양은 지난 5월 15일 오후 8시께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D양 어머니는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교회 신도인 그는 올해 초 남편과 사별한 뒤 A씨 제안을 받고 세종시에서 함께 살던 딸을 인천에 있는 교회 합창단 숙소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D양은 지난 5월 15일 인천 남동구 기쁜소식선교회 인천지역 교회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온몸에 멍이 든 채 교회 내부 방에 쓰러져 있던 D양은 두 손목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결박된 흔적도 보였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D양 사인에 대해 학대에 의한 '폐색전증(폐동맥이 막히는 증상)'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교회 측은 D양이 발견된 방이 합창단 숙소 근처일 뿐 합창단과 무관하고 학대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 결과 D양은 지난해부터 합창단원으로 활동했으며, A씨 등의 지시로 학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