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미사일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중동 지역을 지나는 민간 항공 여객기들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항공안전 평가 기업인 '오스트리 항공 솔루션스'에 따르면 올해 중동 상공에서 포착된 미사일 수는 월평균 162기로, 지난해 10기에 비해 16배 넘게 늘었다.

이 집계치는 탄도·순항 미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총 발사체 수는 로켓·박격포·대포·드론까지 포함하면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한 지난 달 1일 민간 항공 여객기의 근거리에서 미사일떼가 목격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에미리트 항공 여객기를 탄 한 승객이 "저건 폭죽이 터지는 건가요? 뭔가요?"라며 창밖을 찍은 영상을 SNS에 올렸다.

미사일과 방공시스템이 민간 항공기를 오인하거나 실수로 맞춘다면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됐다.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했다.

지난 2020년에는 이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PS752편 여객기가 이란군의 격추로 추락했다. 당시 탑승자 176명은 모두 숨졌다.

그런데 각국 정부의 영공 통제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당시인 지난달 1일 항공편 다수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있는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상공을 경로 변경 없이 지났다.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공습 당시인 같은 달 26일에도 이 일대에서 항공기는 계속 운항했다.

오스트리 항공 솔루션스의 최고정보책임자(CIO) 맷 보리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이 항공 안전보다 우선시되고, 분쟁 지역에선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조종사협회(ECA)는 일부 항공사가 조종사가 동의하지 않는 위험한 항로로 비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PS752편 여객기 추락 사고로 동료를 잃었던 조종사 쿠로시 두셰나스는 "우리는 이미 이런 일을 겪었다"며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