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4명에 대해 임기 종료 이틀을 남기고 연임 재가한 것을 두고 '늑장 재가'란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공수처 수사를 향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결과란 분석도 제기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공수처 이대환·차정현·송영선·최문정 검사 4명에 대한 연임을 재가했다.
이들의 임기는 오는 27일까지다. 하지만 26~27일이 주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임기는 전날까지였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의 재가 소식은 전날 오후 6시까지 전해지지 않았다가, 오후 6시 23분쯤에서야 재가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상 임기 만료 직전에 재가가 떨어진 것이다.
재가에 관심이 쏠렸던 검사는 이대환·차정현 부장검사였다. 두 부장검사는 이른바 '채상병' 사건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사실 등을 포착하기도 했다.
또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여론조작 의혹, 마약사건 관련 세관 연루 의혹 등도 두 부장검사의 수사 대상이다. 아울러 '고발 사주' 의혹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공소유지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재가 소식에 공수처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분위기다. 전날 오후 6시 전까지 재가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을 때는 "이들 부장검사에 대한 연임은 안 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늑장 재가'가 공수처 수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기색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이들에 대한 연임을 추천한 시점이 지난 8월이다. 재가에 두 달 넘는 시간이 걸린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수처를 향한 불만을 직접 발표한 적이 있다. 지난 8월 14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기밀을 의도적으로 흘렸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이자 피의사실 공표"라며 "대통령의 통화내역까지 봤다면 이제는 더 이상 뭐가 더 필요한가. 이제는 수사에서 제대로 결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공수처의 수사를 문제 삼기도 했다. 지난 14일 국회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인지 공수처가 수사를 안 했으면 하는 것 같다"면서 오 처장을 향해 "민주당과 협업 관계냐"고 따지기도 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장에서 "국민들께서 우리 공수처를 많이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채상병 사건을 비롯해 맡고 있는 주요 사건들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상병 사건에 대한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방부 지난 6월 국방부 조사본부에 대한 방문 조사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지난 22일 공수처 관계자는 채상병 수사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