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뭉개진 민심, 이젠 여당이 결심할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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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용산 회동이 '빈손'으로 끝났다. 국정 농단을 연상케 하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민심이 들끓고 있으나 윤 대통령의 불통만 확인한 셈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비정상을 되돌릴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으나 그마저도 발로 걷어차면서 국민적 공분은 하늘을 찌른다.
 
한 대표는 회동에서 김 여사 대회활동 중단과 김건희 라인 청산 등 대통령실 인적쇄신,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와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부의 개혁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당정이 하나 되자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고만 밝혀 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한 대표 측과 대통령실이 모두 쟁점 사안에 대해 어떤 결론을 냈는지 밝히지 못한 점을 볼 때 각자 딴 얘기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민심과 정국상황이 기싸움으로 시간을 보낼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데 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기행'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통제하거나 바로잡아야 할 국가기관들은 손을 놓고 있다. 민심을 대변해야 할 여당은 양심의 작동을 멈춘채 눈동자만 돌리며 거수기 역할에만 머물렀다. 최고통치자인 대통령마저 국민의 한숨과 분노의 목소리를 외면한 듯 국정이 김건희 블랙홀에 빠져드는데도 반응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검찰은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사건을 잇따라 무혐의 처분했다. 법체계를 뒤흔들고 기소독점을 남용한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명태균씨와의 카톡 메시지와 주변 인물들의 녹취록은 김건희 여사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까지 낳고 있다.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김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고 했다. 강 씨는 "명 씨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를 위해 81회의 여론조사를 했다"며 "명 씨가 조사 비용인 3억7천만 원을 김 여사에게서 받아 온다고 (2022년) 3월 21일에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갔는데, 돈은 안 받아 오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 왔다"고 증언했다.
 
이 정도라면 적당히 사과하고 넘어갈 수준은 넘어섰다. 제2부속실 설치로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국민들은 한동훈 대표와의 면담에서 일말의 희망을 걸었으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김 여사 방어에 몰두한 듯 하다. 국민들이 투표로 권력을 위임할 때에는 어떤 경우든 국익을 우선해서 일해달라는 명령이 담겨있다. 김 여사 문제가 국정에 앞설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내의 허물을 덮느라 수많은 국가기관을 타락시켜서는 더더욱 안된다.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한 세가지 요구를 '최소치'라고 강조했다. 싸늘한 민심을 전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심은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비정상을 되돌려놓기를 원한다. 민심이 뭉개지고 있는 이상 집권여당도 이젠 특검 등 국민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차선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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