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들기]'라이브 논란' 르세라핌 코첼라 무대에 필요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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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022년 5월 데뷔 후 K팝 가수 중 최단기간 코첼라 입성
낮은 완성도 무대로 '초고속 진출' 영광 무색해졌단 평
거대한 야외무대라는 환경에 대비 못 한 기색 역력
팀의 장점 살릴 수 있는 맞춤형 기획과 멤버들의 연습 우선돼야
최근에도 부족한 라이브 실력으로 비판받아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사하라 스테이지에 오른 그룹 르세라핌. 르세라핌 공식 트위터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사하라 스테이지에 오른 그룹 르세라핌. 르세라핌 공식 트위터'데뷔 2년도 채 되지 않은 신인이 K팝 가수로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코첼라에 입성해, 미국 음악 페스티벌에서 정식 데뷔했다.' 2022년 5월 데뷔해 여성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이하 '코첼라') 무대에 오른 의의를 정리하면 위와 같을 것이다. 많은 이들의 꿈의 무대인 코첼라를 마쳤지만, 르세라핌은 기대 이하의 무대로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코첼라 르세라핌 라이브' '르세라핌 코첼라 라이브'라는 단어가 자동 완성 검색어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쏘스뮤직이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내놓은 르세라핌은 김채원·사쿠라·허윤진·카즈하·홍은채로 이루어진 5인조 그룹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데뷔 때부터 총괄 프로듀싱을 맡아 화제를 모았고,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앞세웠다. 로살리아 등 특정 아티스트 곡을 '지나치게 레퍼런스'한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각 속에서도, 르세라핌은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부터 최신곡 '이지'(EASY)까지 내놓는 곡마다 사랑받았다.

이전에도 르세라핌은 종종 부족한 라이브 실력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었으나, 에너지를 발산하는 파워풀한 무대와 퍼포먼스가 강점인 팀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다만 관객 규모가 크고 여러 변수가 존재하는 '어려운 조건'의 야외 공연에서, 르세라핌이 과연 만족스러운 무대를 펼칠 수 있을지 주시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난 13일 밤, 르세라핌은 코첼라의 사하라 스테이지에 올랐다. 2019년 그룹 블랙핑크(BLACKPINK)가 코첼라 데뷔 무대를 치른 곳이다. "나만 계속 운이 좋은 거 같아서 화가 나니?"라는 내레이션이 들어간 '굿 본즈'(Good Bones)와 함께 등장한 르세라핌은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피어리스'(FEARLESS) '더 그레이트 머메이드'(The Great Mermaid) '1-800-핫-앤-펀'(1-800-hot-n-fun) '언포기븐'(UNFORGIVEN)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 '스마트'(Smart) '이지'(EASY) '파이어 인 더 벨리'(Fire in the belly)까지 총 10곡 무대를 보여줬다.

멤버들은 저마다 기합을 넣고 야심 차게 무대를 시작했으나, 첫 곡 '안티프래자일'부터 녹록지 않았다. 부정확한 음정, 달리는 호흡 등 미흡한 가창력을 노출했고 그 후 무대도 불안정한 라이브를 선보였다. 40분가량 이어진 무대는 유튜브로도 실시간 생중계됐기에, 르세라핌 무대를 향한 각종 평가가 쏟아졌다. 힘이 넘치는 자유분방한 무대였다는 긍정적 반응이 일부 있었으나 전반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혹평이 대부분이었다.

코첼라 무대는 유튜브로도 송출됐다. 쏘스뮤직 제공코첼라 무대는 유튜브로도 송출됐다. 쏘스뮤직 제공CBS노컷뉴스는 엔터·가요·공연 관계자, 대중음악평론가 10인에게 이번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가창력 부족, 라이브 논란이 이전에도 꾸준히 반복됐음에도 왜 이번 일에서 더 격앙된 반응이 나왔을까. 가요 관계자 A씨는 "퍼포먼스로 강하게 어필한 그룹이라 기대가 컸기 때문이 아닐까.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 타 K팝 그룹과 너무 비교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이슈가 된 것 같다"라고, 엔터 관계자 B씨는 "탄탄한 팬덤을 보유했고, 대중적 인지도도 높다. 그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 무대라서 더 부정 반응이 큰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르세라핌이 최근 가져가고 있는 라이브에서의 약점이 두드러진 무대여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대중은 여전히 가수와 아이돌을 구분 짓고, 아이돌에 관한 기대치 자체가 낮다. 그런데 최소한의 기대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한 게 큰 것 같다. 4~5세대 아이돌 중에서도 라이브를 잘하는 팀이 있으니 비교를 피할 수 없었던 면도 있다"라고 밝혔다.

가요 관계자 C씨는 "큰 무대에 한국을 대표해서 나간 셈인데, 글로벌 팬덤을 보유할 만큼 인기 있는 팀이 '라이브를 이 정도밖에 못한다고?' 하는 것 때문에 반응이 더 나온 듯싶다"라면서도 "이런 담금질도 이겨내야 한다. 못했으면 인정해야 한다. (이런 무대는) 라이브 에이알(LIVE AR·반주와 가수 목소리가 함께 녹음된 음원)을 쓰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연 관계자 D씨는 "아이돌은 워낙 다각도로 평가받지만, 그럼에도 노래와 라이브 실력을 기본적인 덕목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르세라핌은 이전에도 삐끗한 적이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마노 '아이돌로지' 필자는 "이전에 코첼라 무대에 섰던 선배 K팝 아티스트 공연과의 비교, 아이돌-아티스트에 대한 지나친 완벽주의 요구, 코첼라 자체가 가진 어떤 위치성 등이 뒤섞여서 '이 정도는 응당 해야 한다'는 잣대가 생긴 것이 주요 원인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바라봤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등장한 르세라핌 코첼라 옥외 광고. 쏘스뮤직 제공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등장한 르세라핌 코첼라 옥외 광고. 쏘스뮤직 제공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이라는 예술의 형태가 발아하고 발전해 온 과정과 코첼라 무대가 가지는 특성의 차이가 이런 식으로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전부터 가창력이 빈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이번 라이브가 (공연) 감상에 방해되는 부분이 있긴 해도, 르세라핌이 약간은 타깃팅이 됐다는 인상이 있다"라며 "K팝 팬덤이 자랑스러워하는 포인트를 이런 무대에서 보여줄 만한 팀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런데도 (이 일을) '국가 망신' 'K팝 한계 노출'이란 식으로 보고 싶어 하거나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룹 기획 단계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돼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랜디 서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 프로듀싱 팀이 일명 '가요 물'을 빼기 위해 택한 전략 중 하나가 목청 좋고 페이소스 가득한 파워보컬을 넣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하이브 레이블 소속 보컬 프로듀싱 자체도 속삭이는 듯한 보컬 위주"라고 "쏘스뮤직은 과거 파워보컬이 있는 팀을 기획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달라진 K팝 지형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멤버 구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르세라핌은 확실히 퍼포먼스에 더 강점이 있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엔터 관계자 B씨는 "무대와 라이브는 음악의 본질이고, 코첼라는 전 세계 음악 팬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주요 페스티벌 중 하나다. K팝 걸그룹 대표 아티스트로 무대에 올라 실망감을 안겼으니 더 반응이 좋지 않았다"라며 "하이브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획력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레이블은 본질을 소홀히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저널리스트는 "하이브는 현재 K팝 업계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회사여서 일종의 기대감이 존재한다. 지금은 '하이브 소속'이라는 것만으로 데뷔하자마자 바로 인기를 얻기 쉬운 환경이 마련됐는데,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대중은 오히려 배신감이나 반발심을 느끼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김 평론가는 "독기 있고 열심히 해서 뭔가 '해 낸다'는 콘셉트인데 라이브에서는 약점이 보이니 반감이 드는 거다. 계속해서 '미스매치'를 안겨주는 소속사의 기획 문제"라고 지적했다.

르세라핌이라는 팀의 특징, 돌발 상황이 벌어질 확률이 더 높은 고난도 무대라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더 정교한 기획과 전략이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르세라핌 공연 현장 사진. Rachael Polack 제공르세라핌 공연 현장 사진. Rachael Polack 제공엔터 관계자 E씨는 "국내 행사에서는 앞 팀, 뒷 팀이 다 있어서 앞 무대의 열기를 이어가기 어렵지 않은데, 공연 중간 쉬는 시간이 긴 경우에는 공연자가 열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르세라핌은 초반부터 흥분해 오버페이스하는 게 보였고 그래서인지 뒤로 갈수록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너무 '날것' 그대로 송출된 데에 기술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좋은 댄서, 밴드를 썼는데도 연출이나 구성이 특별히 인상적이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김 평론가는 "야외 페스티벌에서 K팝 퍼포먼스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페스티벌에 맞는 독특한 기획이나 편곡을 선보여서 차별화해야 효과가 커진다. 이런 걸 만드는 과정도 오래 걸리고 노하우를 갖추기 쉽지 않다"라며 "관객과의 소통이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든 공연 실력이든 뭔가 하나는 뾰족한 지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기획의 깊이가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공연 관계자 D씨는 "라이브 할 때는 음향 상태, 본인 컨디션도 중요하다. 르세라핌은 투어도 별로 안 돌았고 큰 무대 경험도 적다. 소위 '짬'이 충분하지 않기에 더 긴장했을 것"이라며 "경험이 많으면 자기가 흔들린다 싶을 때 안무를 줄이거나 제스처를 바꾼다든지 해서 나름의 방법을 찾는다. 보니까 춤을 정말 열심히 추던데 그러면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좀 더 강약 조절을 해서 기획을 짰어야 했다"라고 짚었다.

D씨는 "이런 라이브를 소화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아마 내부에서 더 잘 알았을 것이다. 따라서 소속사가 세세하게 맞춤형으로 공연을 준비했어야 한다. 만약 그게 다 준비된 상태였는데도 이 정도의 무대를 한 거라면 정말 보컬이 심각한 셈이다. 음원은 튜닝으로 맞춰준다고 해도 노래를 소화하는 것은 본인들 몫이고, '무대'를 하려면 진짜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엔터 관계자 A씨는 "시대가 발전하면서 라이브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어서 (잣대가) 더 냉정해진 것 같다"라며 "아쉬움은 있지만 르세라핌이 다음에 더 좋은 라이브를 선보인다면 그때는 평가가 다르지 않을까. 이번 기회로 성장하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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