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딥이슈'는 연예 이슈를 한 걸음 더 깊이 들여다보면서 그 이면의 사회·문화 현상을 진단합니다. [편집자주]
CJ ENM 나영석 PD와 신원호 PD. (사진=자료사진, CJ ENM 제공)
CJ ENM 소속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방송계 PD 연봉 100억 시대도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PD 인력 유동성이 커지며 방송 시장의 보상 체계 역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CJ ENM이 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지난해 12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나영석 PD는 지난해 총 37억 2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는 2억 1500만원, 상여가 35억 1천만원이었다.
신원호 PD가 지난해 받은 보수는 25억 9400만원이었다. 마찬가지로 급여는 9900만원, 상여는 24억 9500만원이었다.
CJ ENM은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 지표·제작 콘텐츠의 시청률, 화제성, 콘텐츠 판매액, 업무 전문성, PD 직군 코칭·사업기여도 등을 종합 평가해 이 같은 보수를 지급했다. 높은 상여금으로 두 PD는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지난해 보수까지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나영석 PD의 지난해 성과는 CJ ENM 소속 PD 중 가장 화려하다. '윤식당 2'는 최고 시청률 19.4%를 기록했으며 '신서유기 6' '알쓸신잡 3' 등이 모두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2013년 CJ ENM 이적 이후 나영석 PD는 위와 같은 프로그램을 포함해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등을 연출해 tvN 예능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두 PD가 받은 상여금이 통상적인 프로그램 인센티브 차원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프로그램 성과로 받는 상여금은 연봉 기준에 따라 상한선이 정해져 있고, 메인 PD뿐만 아니라 해당 팀이 함께 나눠 가지는 게 보통이다.
프로그램 제작에 종사해 온 한 방송계 관계자는 "보통 프로그램으로 상여금을 받아도 연봉 대비로 나눠 갖기 때문에 몇십억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PD는 지난해 이적설이 돌았었고 사실상 재계약을 하면서 누적된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줬거나 러닝 개런티 조항을 삽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이들이 CJ ENM에 잔류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미래 가치를 환산했으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보통 나영석 PD나 MBC 김태호 PD 등 스타 PD들은 메인 프로그램에 타 프로그램까지 묶어 광고를 유치하고 해당 방송 시간대 예능의 대표성을 획득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방송사에 소속된 이들 PD는 콘텐츠에 대한 어떤 저작권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 등에서는 PD들이 배우들처럼 '러닝 개런티'(흥행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보수를 지급 받는 방식)를 적용 받아 콘텐츠 흥행에 대한 일정 권리를 보장 받고 있다.
이 방송사 관계자는 "나영석 PD의 경우 계속해서 히트작을 내면서 회사에 벌어다 준 수익이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다.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해당 예능 시간대를 그 방송사가 대표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가치를 환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사실상 충분히 100억 이상의 몸값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PD는 방송사에 소속이 돼있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받거나 그 콘텐츠에 대한 흥행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 국내 방송계는 현재 그걸 보장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외국의 경우 '러닝 개런티' 제도를 도입해서 흥행 프로그램을 만든 PD는 그에 맞는 보상 체계에 따라 어느 정도 권리를 가지게 된다"고 국내 PD들이 처한 환경의 한계를 짚었다.
나영석 PD나 신원호 PD 등이 이례적인 보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방송 환경의 변화에 있다. 플랫폼 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PD들의 자유로운 인력 이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PD들에 대한 콘텐츠 권리 보장이나 보상 등이 열악하지만 이번 연봉에서 보듯이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방송 시장 환경이 유연화됐고 특히 이런 시장성에 반응이 빠른 CJ ENM은 히트 콘텐츠 메이커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